우리 반에는 등이 이상하게 굽은 민식이란 아이가 있습니다.
학기 초에 그 아이를 본 우리반 아이들은 모두가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민식이에게 할머니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민식이는 그런 말에 별루 신경도 안썼습니다.
오히려"그러면 할아버지는 누가 할건데?"라며 우리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쟤는 왜 화를 낼 줄도 울 줄도 모르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었습니다.진짜 재미없어졌습니다.
등이 굽게 된 이유보다
삐질줄도 모르고 울 줄도 모르는 민식이의 마음이 더 궁금하고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하루는 몇 몇 친구들이
민식이의 그러한 행동이 궁금하여 민식이를 불러서 물어봤습니다.
"넌 우리들이 할머니~ 하고 부르면 화 안나?" "응 왜 화가 나야 하는데?"
그러면서 몇 마디를 덫붙이는 민식이의 말을 듣고서야 우리는 민식이의 편안한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희들 내 굽은 등 때문에 그러지?하하하하하하"
민식이의 웃음은 놀리려던 우리들을 두렵게 하였습니다.
"우리 엄마가 그러셨거든"
"내가 등이 굽은건,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께서 아직도 날 사랑하시는 표시랬어"
"너희들은 이런 표시 없잖아 있으면 말해봐바"
"그리고 우리 엄마가 또 말씀하셨는데,내가 등이 굽은건 다른 사람들과 다른게 아니고,나 만이 가질 수 있는 거랬어."
"다만 그 사랑을 너무 받으면 심술쟁이가 될까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어.그래서 좀 아쉽긴 하지만."
"그때쯤 되면 너희들도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지 못하겠네 어떻게하지?"
우리들은 모두 민식이의 그 말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난 곰곰히 민식이의 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억울했습니다.
나보다 잘생기지도 않은 민식이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그 만큼 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나중엔 화가 났습니다.
집에 들어가자 마자
엄마에게는 인사도 않고 툴툴거리며 내 방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엄마는 내게 왜그러냐며 물으셨지만
난 화가 나서 아무대꾸도 없이 이불을 덮고는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엄마가 저녁을 먹으라며 날 부르시는 소리에 깨어 눈을 비비고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엄마와 아빠 동생이 저녁 식탁에 둘러 앉아있었습니다.
그때서야 내가 잠들기전의 그 일이 생각났습니다.
가만히 의자를 당기며 밥을 먹고 있는데,엄마가 내게 물어보십니다.
"너 아까 왜그리 볼이 불었었는데?학교에서 뭐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던거야?"
"아니에요"
"말해봐 엄마가 들어줄께 혹시 알아? 내가 듣고 좋은 처방이라도 해줄지"
난 여전히 볼이 퉁퉁 불은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사실은 우리반에 민식이라는 애가 있는데요."
"우리들과 다르게 생겼어요. 등이 이상하게 굽은 아이에요."
"그애 말로는 돌아가신 아빠가 사랑을 많이 주셔서 그렇대요.그래서 좋긴한데 그걸 계속 그냥두면 심술쟁이가 된다나요?"
"그래서 엄마가 수술을 시켜주신댔데요."
"그런데 저는 그게 없잖아요.우리 아빠가 날 사랑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속상해서요"
"그랬구나...민식이 아빠는 사랑이 많으시구나.민식이가 부러울만하네.대신 인호야 네 아빠는 살아 계시잖니?"
"일 열심히 하셔서 너 먹고 자는 것 돌보시고, 옷도 사주시고 하시잖아."
"아빠도 돌아가셨다면 그런사랑으로 널 돌보실 수 있을까?..안그래요?"엄마의 말씀에 아빠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셨습니다.
"정말이에요?"
"당연하지"
"민식이 아빠는 돌아가셔도 사랑하시고,우리 인호 아빠는 살아계시면서 사랑해주시고,그런거야 사랑이란건."
"알았습니다 ㅎㅎㅎ"
사실 웃은 이유는 딴데 있었습니다.
왜냐면 내일 학교 갈때에 등에 뭔가를 넣어서 등이 굽은 민식이처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도 사랑 많이 받는다고 ^^
그런데 엄마 말씀을 듣고보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민식이네 아빠는 정말 좋은분인가 봅니다.돌아가셔도 민식이를 잊지 않고 사랑을 주시니.....그래도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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