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벌레)
난 맘 먹고 편안히 부르짖지도 못해.
왜냐고?
내가 부르짖을라치면 사람들의 마음이 짠 하다나?
(자동차)
난 맘껏 달리지도 못해.
왜냐고?
신나게 달리면 속도위반이라 그러지
늦게가면 길 막히게 한다고 뭐라지.
(연필깎이)
연필은 얌체야.
왜냐고?
새 것을 어여쁘게 깎아 주면 뽐내기만 하지
깎인것을 내 몸에 그냥 버려두고 빠져나가니까.
(가스렌지)
사람들은 나빠.
왜냐고?
내 몸을 날마다 달구어 놓으면서도
뜨거워서 참는 내게 미안한 맘 없잖아.
(물통)
나를 물로 보는군.
왜냐고?
내 몸엔 왜 물만 담는거야? 쥬스도 담아줘봐 다 커버되지.
(컴퓨터)
나를 그토록 고문하지마.
왜냐고?
내 몸에 팬까지 달아놓고 뜨거워질때까지 쓰고 있으니까.
정말 왜그러는데?
(시계)
나도 밥 하루 세 끼줘
왜냐고?
겨우 건전지 하나 넣어놓고선 나 몰라라 하다가
내가 쓰러져야만 바라보잖아.
(키보드)
날 좀 때리지마.
왜냐고?
워드 친다,게임한다며 손가락으로 톡톡 치잖아. 아프단말야.
(신발)
내 몸좀 자주 세탁해줘
왜냐고?
숟가락 젓가락은 하루에 세 번이나 씻겨주면서
하루 종일 발 냄새 숨막히게 맡은 나는 왜 일주일에 한 번이 고작이야?
(수도)
내 목좀 그만 졸라.
왜냐고?
숨좀 쉴라치면 꼭꼭 잠그잖아.목 아파...
(빨랫줄)
내 몸을 자꾸 적시지마.
왜냐고?
젖은 빨래만 널잖아.나도 뽀송뽀송한거 좋아한단 말야.
(거울)
다른 모습을 보고싶어.
왜냐고?
날마다 똑같은 모습만 보니까 지겨워.
(냉장고)
나에게도 향기를 넣어줘
왜냐고?
음식 냄새만 오래도록 맡으니 숨이 막혀. 향기를 넣어줘.
(비=하늘에서 내리는 비)
모두가 날 싫어하나봐.
왜냐고?
비가오면 우산이다,비옷이다 챙기면서 날 피하잖아.
(쓰레기통)
지저분하고 더러운건 다 내게 가져와.
왜냐고?
나 아니면 누가 그 일을 하겠어?
(변기)
난 이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영원히 할꺼야.
왜냐고?
가장 더러운일을 하지만,
사람들의 속을 편안하게 해주어 건강을 지켜주는 좋은 일이잖아.
(촛불)
난 행복해.
왜냐고?
내 몸이 뜨거운 불에 볼품없이 녹아흘러도
모든 곳에서 빛을 비출 수 있는 기쁨이 있으니까.
아쉽다면 눈이 아주 나쁜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못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