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 친정 아버지의 기일이었다
2000년도에 돌아가셨으니 벌써 20년하고도 1년이 지난 세월이다
평일이라 원주에 못 가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어제 동생이 서울 집에 다니러 온 김에
둘이서 아버지 산소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간단하게 음식은 내가 준비를 하여
오늘 아침 9시에 합정역에서 만나 좌석버스를 타기로 하였다
집을 나서는데 시원한 바람도 살랑불고
완전 가을날씨라 나들이(?)겸 해서 다녀오기 딱 좋은 날이었다
1시간 여 걸려 공원묘지 앞에 내리니
코로나 때문에 추석연휴에는 폐쇄한다는
플래카드가 정문에 붙어 있길래 오늘 오길
더욱 잘했다 싶었다
아버지가 계신 곳은 실향민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이북5도별로 구역이 다 정해져 있고 관리가 잘 되어 있는지라 묘지에
욌다기보다는 올때 마다 소풍오는 기분이
들어 발걸음이 가볍다
입구에 들어서니 오늘 장례를 치르는
유가족이 탄 버스가 한 대 길에 서 있었다
그걸 보니 21년 전 우리의 모습이 어제 일인 듯 떠올랐다
아버지 산소 앞 두 화병에 꽂아드릴 꽃도
화사한 거로 두 송이씩 샀다
비록 조화이긴 하지만 칙칙하지 않도록
아버지 곁을 환하게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버지 산소 앞에 도착하니 묘지석 주변에
풀들이 좀 자라 있길래 동생과 맨손으로 다 뽑고 있으니 벌초를 하고 있던 직원 한 분이 와서 기계로 한 번 밀어주신다
산소 주변을 금새 깔끔하게 정리하고
간단히 준비해 간 음식을 올리고 정성을
다해 절을 올렸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생이 원주로
내려간 후엔 더더욱 올 기회가 쉽지 않아
아쉬웠는데 오늘 그 아쉬움이 많이 가시는 듯 해 역시 오길 잘했다 싶었다
분명 아버지도 두 딸의 방문을 반가워하셨으리라!
산소 옆의 그늘에 앉아 둘이서 음복도 하고
올렸던 음식도 먹고 잠시 쉬다가 그 옆 추모관에 납골당으로 미리 마련해 놓은 엄마
모실 곳도 가보았다
거기도 산소처럼 지역별로 구분이 되어
3층까지 납골당이 되어 있었다
그걸 보니 마치 죽어서도 아파트에 사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칸칸이 된 납골당 문 앞을 저마다의 유족들이 먼저 가신 분을 기억하는 사진들로 장식해 놓은 걸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제 머잖아 우리 엄마도 여기를 오시겠구나 싶으니 가슴이 먹먹해짐을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와 합장은 싫다고 완강한 엄마라
부득이 따로 납골당을 준비한 것이다
아마도 사시는 동안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으셨기에 죽어서까지 옆에 있긴 싫으신가보다
그래도 서로 멀지 않은 곳에 따로 또 같이
계신다고 위로를 삼으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래야 자식들이 성묘하느라 고생(?)을
덜할테니...
그러고보니 이제 엄마, 아버지의 자식들 5남매도 어느덧
60대 중후반에 들어섰으니 우리 다음 세대에야 누가 그리 애틋한 마음으로 올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