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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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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슬 2006-06-25


                                 닭


늦은 아침 잠을 즐기고 싶은 날. 오늘도 어김없이 '꼬끼오~'하고 울어 대는 수닭의 울음 소리에 잠이 깨었다.

아이 씨!~ 저 놈의 수닭 머리나쁜 이 들을 닭 대가리라더니 저 놈은 잊어버리지도 않고 아침마다 울어대니...한 마리가 아니어서인지. 한 놈이 울기 시작하면 이 놈 저 놈 또 보태서 울어댄다. 오늘도 아침잠은 글렀다.

거실로 나와 건너 편 집 옥상 위에 있는 닭장을 보니 또 화가 난다. 지난 봄부터 저 건너편 집 옥상 위에 어설픈 철망으로 된 닭장 속에 몇 마리의 닭들이 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있으면 잡아먹어서 없어지겠지? 했는데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가고 계절이 바뀌어도 닭들의 숫자는 도무지 줄어들지 않았다. 줄어들기는 커녕 목청이 터지고 나니 날이 갈수록 우렁차고 씩씩하게 울어대기 시작한다.

한 녀석이 울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목청을 뽐내기라도 하는지 양껏 울어대기 시작한다.

 시계가 없던 옛날에는 새벽에 울어 시계 역할을 했다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리 없는 놈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고 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새벽 3시에도 울고  대낮에도 오후에도 마구마구 울어댄다. 견딜 수 없어 며칠 전 에는 닭들이 살고 있는 골목으로 갔다. 이웃들에게 닭 울음소리가 아무렇지도 않느냐고 물었다. 다들 견디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 어떤 조치도 왜 취하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웃이라 차마 어쩌지 못해 참고 있다고 누구인가가 나서서 이의를 제기하면 동참 할 생각이지만 한 골목에 살면서 누구라도 먼저 나서서 이웃 간에 원수지는 일은 못하겠다고 한다. 날더러 앞장서라고 하는데 나 역시 악 역을 맡는 건 내키지기가  않는다.

 

 닭들의 주인은 닭을 요리해서 파는 닭 요리 장사란다. 시장에서 사 온 닭들을 옥상에서 얼마 동안 이렇게 키워서 놓아기른 다음 토종닭으로 변신을 시켜 비싼 닭으로 팔고 있단다. 닭을  몇 마리 내다 팔고 나면 다시 팔아버린 숫자만큼 사다 넣으니 닭의 숫자가 줄지 않을 수밖에. 그것도 모르고 닭이 없어져 버리기만 바랐으니...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다.

 

 닭 때문에 이웃에서 얼굴 붉힌 사람이 하나 들 늘어가고 있다. 닭 주인은 주위의 불편한 소리에 끄덕도 하지 않는다. '의지의 한국인' 내가 붙인 닭 주인의 별명입니다. 견디다 못해 나는  동사무소에 민원을 제기 해 보았다. 동사무소 직원 왈~ 자기 집 옥상이니 동사무소에서는 '할 수 잇는 일은 민원이 생겼으니 키우지 않도록 해보시라고' 권고 정도 밖에 못한다는 답이다. 그러니 서로 이웃간에 잘 의논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며 타협을 권한다. 그도 아니되면 경찰서에 고소를 할 수 있다고 하라는데 이웃에서 그건 또 어찌  쉽게 할수 있는 일이겠는가?  아무리 이기적인 이웃이라 해도'고소'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기만  하다.

 

 우리 집은 3층이고 닭 들은 한 집 건너 단층집 옥상 위에서 살고 있다. 지난 여름 닭 들의 배설물 냄새는 바람을 타고 이 집 저 집으로 날더니 드디어 3층인 우리집에 가장 많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전기세야 많이 나오든 말든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고 지내느라 견디기가  좀 수월했다.

 닭 때문에 잠이 깬 이 아침에 벌써 다가 올 여름을 걱정하게 된다.

 

  닭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88올림픽 때 우리나라 선수들이 호돌이 마스코트를 내세웠다면 1998년 월드컵때 프랑스 선수들은 가슴에 닭 문양을 달고 뛰었다.

'새벽 어둠을 몰아내고 태양을 불러 내는 새.' 닭이 프랑스의 국조( 國鳥)가 된 것은 프랑스 대혁명 직후 로베스피에르 정부 때이다. 권위의 상징인 독수리에 때문에 2번이나 국조에서 밀려나기도 했지만 공화제가 뿌리를 내리면서 프랑스 국조의 지위를 굳혔다.

 우리나라에서도 닭이 민주화운동에 동원되었던 적이 있었다. 1970년 군사정권 시절'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했던 김영삼(Y.S)당시 신민당 총재의 일갈이 그것이었다. 새벽을 알리는 첫 닭의 울음소리를 '새 시대의 개막'에 비유했던 YS의 연설은 당시 국민들의 가슴에 호소력 있게 파고들었다.

 이처럼 좋은 이미지를 가졌던 닭이 이제는 나는  싫다.

단순히 잠을 깨운다는 이유말고도 이름도 낯선'조류독감'이라는 병의 매개체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인명피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행이 최근 베트남의 한 연구소에서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유전자 배열 해독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어서 조류독감 백신이 개발되고 사육 농가도 집단 폐사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치킨 점들이 활기를 되찾기 바란다. 나는 다시 한 번 여름이 오기 전 옥상 위의 닭들의 주인과 담판을 지어 원만한 협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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