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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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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범죄는 힘 들어


BY 캐슬 2004-07-24

 

"엄마 어떻게 좀 해 줘요"

딸 아이는 며칠째 저를 조르고 있습니다. 학교 방송반 선후배 들이 모여 1박2일 여름 캠프를 간다는데  엄한  남편은 어림도 없다고 잘라 말하니 딸은 엄마인 제게 SOS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고리타분하다 못해 꽉 막힌 이조시대 사람을 위장하고 사는 남편은  '여자들이 어디 남자들과 같이 밤을 보낸다 말이여'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일부러 고지식한 척 하며 '여자는 모름지기 밖에서 잠을 자고 다니면 안된다'로 미리 연막전을 펴고 잇는 듯도 하나 감히 집 안의 대장인 남편의 뜻을 거역못해 전전긍긍하는 우리 모녀입니다.

 

"엄마~"

엄마의 허리 춤을 잡고 늘어지는 딸을 위해 고민을 하다가 무릎을 탁! 칠 굳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딸 아이의 학교 친구 엄마가 있습니다. 그 집 엄마에게 부탁을 했지요. 그 엄마가 마침 시골 할머니 댁에  다니러 간다고 하니  같이 데리고 시골 가는 걸로 말을 맟추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 친구 엄마와 차 한 잔하면서 이야기를 잘 맞추어둔 다음에  딸에게도 일러 주었습니다. 딸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로서 내가 잘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만 엎질러진 물 주워담을수도 없고 해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 남편에게 슬그머니 말을 하니 흔쾌히 그러라고 합니다. 마침 잘 되었다고 우린 시골에 친척도 없는데 이번 기회에 시골이라는게 어떤 곳인지 잘 보고 오라고 하라는 당부의 말도 얹어 줍니다.

딸 아이와 말을 맞추고 아이를 보냈습니다. 온 종일 나와 딸은 문자로 실시간 자신의 위치와 행동을 중계방송을 했습니다. 1박 2일의 캠프를 마치고 아이가  돌아오고 딸과 나는 완전범죄를 했다는 안도감에 취해 있었습니다.그런데 말 입니다. 예상치 않은 일은 꼭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저녁을 먹던 남편이 아이에게 무심코 던진 질문에 아이가 빠져 든 것 입니다.

"잘 놀다 왔냐?  그런데 밀양까지 뭐 타고 갔냐?"

"버스요"

"왜? 지영이 엄마가 데려다 주시지 않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남편이 질문이 자꾸만 좁혀 들어갑니다. 아이는 당황해서 더듬거리기 가지 합니다.이러다가는 큰일나겠다싶어집니다.

"지영이 엄마가 바빠서 우리끼리 가라고 했거든요"

"그래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데...차비는 얼마 하드냐?"

"음~5000원 이든가?"

"자기가 타고 가 놓고 차비도 모르냐?"

아주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는 아빠에게 딱 걸려든 딸은 안절부절입니다.

"그만해요. 지영이 엄마가 갑자기 못 가게 되었다길래 지영이랑 둘이만 보내줬어요. 내가 다 알고 보냈으니 그만해요"

남편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만 서둘러 말 막음을 해 놓고 싱크대 앞으로 자리를 피했습니다.

"당신 그러는 거 아니야. 엄마라는 사람이 딸이랑 거짓말을 하다니...한 번만 더 그러면 둘다 쫒아낼 줄 알어"

남편의 큰 소리에 자라목처럼 오그라드는 목을 하고는 콧소리를 섞어 얼른 대답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엄마의 어설픈  애교로 위기를 모면한 딸은 오히려 엄마에게 화를 냅니다. 주방까지 따라 들어 와서 엄마를 나무랍니다.

(귓속 말로)

"엄마! 미리 예상질문 좀 만들어 주지 그랬어"

참  ...얄미운 가시내 입니다.

물에 빠진걸  건져내 주니 내 보따리 달란다더니 꼭 그 짝이지요. 어찌되었건 무사히 한 고개 넘기고 나니 웃음입니다. 이제 우리 두 모녀는 완벽한 알리바이 만드는 연습을 좀 더 확실히 해 두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