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에 종일 부대끼어 지칠대로 지쳐버린 깊은 새벽에
그 사람이 전화를 했습니다.
졸린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 본 시계는 새벽1시15분 입니다.
'지금까지 어디서 뭐하는 거야...'
한 잔 술에 젖어
칭얼대며 보채는 그 사람은 사랑이 고프다고 신호를 보내 옵니다.
그 사람을 달래는 방법은 묵비권 입니다.
한번 두번...
그렇게 우리는 거리를 두고 줄 다리기를 합니다.
새벽은 아침이 되고
어김없이 하루가 시작 됩니다.
그 사람과 나는 졸린 눈으로 아침을 맞습니다.
전날 일은 없었던 것 처럼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피해가며 맞을 수 있는 우리는 너무나 닮은 부부입니다.
아무런 말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보지 않고 느끼려 하지 않아도 너무 잘 알아서 탈인 오래인 연인입니다.
서로 부딪히지 않는 방법을 터득한지는 이미 오래 입니다.
그 사람과 나는
이제 여우와 늑대의 경지를 터득한지 너무 오래되는 구닥다리 커플입니다.
아무런
충돌없이 마무리 되는 듯 하지만
의외로 상처가 깊을 수 도 있습니다.
그러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우리 둘 중 누구인가는 먼저 화해의 손을 내 밀 것 입니다.
말 없이 그 손을 잡을 사람도 우리둘 중 한 사람일 것입니다.
어느 한 사람 죽어서 이별이 아니라면
헤어지지도 않을 거고
그 사람과 나는 이렇게 삐지고 풀어지고 사랑하면서 가끔 미워 할 것이고
...하루가 가고 한달이 가고 한해가 가면 둘이 더블어 한 살에 한 살을 보태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세월을 죽여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