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갔다가 서둘러 모임장소로 향했습니다.
벌써 2달이나 빠졌더니 제명처리 하겠다고 엄포를 놓길래 이번 달은 꼭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식당 안이 조용합니다.
예약한 팀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없답니다.
예약 확인을 하던 주인 아줌마가 얘기 하십니다.
"내일 저녁 66시 30분에는 열분 있는데요"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었습니다.
"아줌마 오늘 금요일 아닌가요?"
식당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은 목요일 입니다."
맙소사!
쓸쓸히 돌아서서 오는데 발걸음이 왜 그리 무겁던지요.
화도 나고 속도 상했습니다.
무슨 세월이 얼마나 좋다고 날짜가 가는 줄도 모르고 지냈던 건가? 하는 맘이 들었습니다.
자신에게 속이 너무 상해서 집에 들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칼국수 하는 친구 집에 들렀습니다.
"저녁시간에 어디 갔다 오냐?"
는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야~야~사람이 원래 신경을 한 군데 집중하면 그렇다. 니는 아무것도 아니다. 울 언니 이야기 해 주꾸마"
친구의 언니는 보험회사에 출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얼마전 힘에 부치는 큰 집을 사게 되었답니다.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아 돈 문제로 여러가지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날도 여느날처럼 바쁜 아침 출근을 서둘렀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출근 길에서 스치는 사람들이 언니를 흘끔거리며 쳐다 보더랍니다.
심지어는 실실 웃는 사람도 있었다는군요.
그래도 언니는 아무 생각없이 회사 정문앞까지 갔답니다.
마침 언니를 본 상무님이 한마디 하시는 겁니다.
"아~니 여사님 아침에 출근하다가 무슨 봉변이라도 당하셨나요?"
자신의 옷차림을 그제사 내려다 본 언니는 냅다 탈의실로 줄행랑을 치고 말았답니다.
언니는 런닝위에 브래지어를 하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친구 언니의 옷차림새를 적어 보겠습니다.
런닝위에 브래지어, 그위에 흰 속치마, 그위에 자켓, 어깨에 핸드백 메고, 구두 신고,...여기까지 입니다.
그렇게 입고도 외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당당하게 버스타고 회사 앞까지 갔다는데 믿어 지세요?
"너 나 위로 할려고 그러지?"
했더니 펄쩍 뜁니다.
"어디가서 말 하드라도 언니 회사이름은 절대 밝히지 마라. 전설로 남을 거라고 카드라"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 어이 없었습니다.
절대 거짓을 말할 친구가 아니거든요.
아직 저는 그 정도는 아니니 걱정 안해도 되겠다고 위로 합니다.
살다 보면 그럴수도 있지요.
그렇지요?
믿어? 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