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끔 이상한 일이 생긴다,
세금내러 은행에 들렀다. 우연히 눈에 뜨인 돈 한뭉치…만원짜리 한주먹도 넘는다.
누가 잠간 둔건가?. 둘러 보아도 사람이 없다.
엉겁결에 주워 들었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두는 이도 없었다.
집으로 가야 하나?. 그냥 세금 내고 가야하나?.
혼란스러워서 고통스러웠다. 이리저리 망설이다 세금내고 또 주춤 거렸다.
이걸로 군대갈 아들 보약이나 지어줄까?. 내 봄옷이나 살까?. 아님 그냥 내 통장에다 일단 입금 시켜둘까?.… 머리속은 영악한 계산과 양심이 충돌을 일으킨다. 순간 누군가 내 뒤 꼭지를 잡아 당기는듯 했다. 등에선 식은 땀이 주르르 흐른다.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은행직원 앞으로 갔다.
"저기 이 돈 주웠는데요?. 주인이 행여 나타나면 주세요."
은행직원은 이상한 사람이라는 눈으로 나를 훓어 보더니 그냥 받아서 고무줄 한 바퀴 감아서자기 책상 옆에다 던져둔다. 돌아 서려니 또 그 돈에 미련이 남는다.
'저 은행직원이 저러다 그냥 자기가 갖는게 아닐까?'
그냥 돌아서서 오지 못하고 사람들 속에 서서 그 돈 다발을 지켜 보고 있었다.
조금후 숨차게 달려오는 어떤 아줌마가 있었다. 내 나이쯤인듯 싶은 그사람이 이리저리 두리번 거린다.
"저 혹시 돈 찾으시나요?"
"네"
"네 제가 저기 저 두번째 직원한테 맏겨 두었습니다."
그 아줌마는 내가 가르쳐준 직원에게로 가더니 돈을 받아 가지고 돌아선다. 나는 그냥 쓸쓸히 돌아섰다. 마땅히 할 일을 당연히 했을 뿐인데도 마음이 이상했다. 조금전 그 돈으로 여러가지 꿈꾸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얼른 가지고 집에 못간 것도 바보같았고, 은행직원에게 맡기고 잠시 그 직원을 의심한 것도 부끄러웠고, 이래저래 내가 싫어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지하도를 올라오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 옷깃을 잡아 당겼다. 돌아보니 조금전 돈을 잃어 버렸던 아줌마다.
"너무 고맙습니다. 너무 고마워서요 . 이거 가지고 음료수라도 한 잔 사 드세요"
건네주는 만원짜리 한 장에 얼굴아 화끈 달아 오른다. 양심이 부끄러워 안 받겠다고 거절했다. 굳이 주겠다는 아줌마의 간곡한 부탁에 받아 들고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그 돈 갖을려고 맘 먹었던것 사과 드립니다"
했더니 아줌마는
"저 같으면 갖고 도망갔을지 모릅니다"
한다. 아줌마의 붉게 물든 얼굴에서 돈을 잃어 버리고 당황했던 흔적이 보인다. 그나마 돈을 찾아서 다행인 그 미소에 나는 행복했다. 잠시나마 주운 돈으로 인해 내가 갈등했던 것이 마치 봄날 짧게 꾼 꿈인듯 하다.
그런데 그 돈은 얼마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