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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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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 여행


BY 캐슬 2004-02-26

 

 내일. 모레. 그 모레….

날마다 손 꼽아 기다리던 혼자만의 여행을 갔었드랬습니다.

죽어도 나를 못미더워 하여  안된다!. 안된다!하며 손사래를 치던 남편. 이제는 보채는 마누라가 지겨운지 '갔다 오라'는 허락도 생각보다는 쉬웠습니다.

목적지가 정해지고 기차표를 예매하고 혼자만의 여행을 준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없어도 남은 세 식구 조금도 불편하지 않게 구석구석 살펴두느라 나 혼자 바쁘기를 또 며칠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세 식구 저마다 할 일과 꼭 해야 할 일들로 나누어 메모지에 꼼꼼히 적어 냉장고 문 위에다 식탁위에다 잘 보이는 곳마다에 적어 두느라 또 바쁘기를 얼마였는지 모릅니다.

집을 나서는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 모양 몇 번이나 집을 향해 뒤돌아 보았습니다. 집 모퉁이를 돌아서서 얼마나 더 걷고 나서야 집을 향해 뒤돌아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늘 함께 이면서도 또 나만의 성에 갇혀 혼자였던 적이 어디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온전히 혼자가 된 저녁입니다.

 달리는 기차 속에서 혼자 맞는 저녁 놀은 쓸쓸하고 아름답습니다.

'어서 오라'하던 친구. 사정이 있어 조금 늦게 오라 하길래 어찌 어찌 시간 보냈습니다.

'데리러 오마'하던 친구 또 사정이 생겨  친구는 집으로 택시타고 오라 했습니다.

어둠이 내리는 저녁입니다.

택시타고 낯선 길에 내리니 마음은 의외로 편안해 집니다. 내가 찾아가는 거기에서 친구가 날 반겨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친구와 만났습니다.

우리가 나눈 첫마디는 '왔네'. '응 왔어' 입니다.

이 얼마나 멋대가리 없는 말들인가요?. 하지만 그 말속에 우린 모든 인사를 줄여야 하는 약속이 있기나 했던 듯이… 다음 말은 어제 만났던 이웃 친구처럼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몇 잔의 술로 친구와 나는 적당히 즐거워지고 오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갑니다.

우리는 갈래머리 꼬마의 순수함으로 순결해집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속의 자신에 대한 서툰 토론을 했습니다. 서로를 격려하고 꾸짖고 타이르다 보니  얼마 후의 우리 노년을 말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아이들…상대적으로 우리를 절대적 필요로 하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그리고 그 속에 친구와 내가 있습니다. 했던 말 또하고, 또하고 하다 보니 누가 먼저인지 긴 하품을 합니다. 스르륵 잠이 들고 설핏 잔것 같은데 벌써 아침이 이만큼 와 있습니다. 친구와 서둘러 이별을 준비합니다. 헤어질 땐 말을 아끼는 것이 제일입니다. 그래야 이별의 아픈 속내를 감출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별은 짧을수록 좋다는것 또한 제 지론입니다.

 밤늦도록 속닥거렸던 이야기들은 아침이면 다 어디로인가 날아가 버리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친구의 아침식사 제의는 사양합니다. 배가 부르면 이성이 게을러지고 현실에 안주해버리는 묘한 습성에 갇혀 버리기 때문입니다. 혼자 왔던 어제 저녘처럼 혼자 역으로 갔습니다.

기차를 오랫동안 기다리며 하늘을 몇 번이나 올려다 보게 됩니다. 나에게 돌아갈 집.나를 기다리는 우리 몽몽이(강아지). 가족 이런 단어들이 외로운 저를 반듯하게 세웁니다. 기차 속에서 깊고 깊은 잠을 잤습니다. 꿈일지도 모르는 그 꿈속에서 아쉬운 여행을 다시 했드랬습니다. 종착역 임을 알리는 멘트와 올드 팝 송에 눈과 귀가 한 꺼번에 떠졌습니다.

역 광장은 내가 떠나던 어제 저녁과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는듯 합니다. 그런데 이토록 낯설게 느껴지는 건 왜 일까요?. 아마 하루 동안의 짧은 여행으로  마음의 키가 쑥! 웃자란 보리마냥 커져 있기 때문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