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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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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해도 좋아(꽁트)


BY 캐슬 200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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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문을 쾅! 소리가 나도록 닫았습니다.

'걸어서 내려 갈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갈까?'

잠시 망설이다 걸어서 내려가기를 선택했습니다.

혼자 슬슬 걷는다는게 생각보다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몇층인가 내려오다 보니 심심해집니다. 그때 내 입속에서 흥얼흥얼 흘러 나온 노래는 '애국가'입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만세~'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다 내가 멈춰선 곳은13층입니다. 우리 집이 25층이니까? 겨우 12층을 내려 왔습니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탈까? 달콤한 유혹을 받았습니다.

'운동이다생각하고 걷자'자신에게 타이르고 다시 노래를 시작합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 너와나 나라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어이!어이!'

혼자서 후렴까지 넣어서 신나게 불렀습니다. 얼마나 빙글빙글 돌면서 내려 왔는지 어질어질합니다. 드디어 1층입니다. 지하슈퍼로 갑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냉장고 앞으로 갑니다.

눈에 보이는대로 팥 빙수를 바구니에 담습니다. 1000M우유를 3통 넣고 계산대로 갑니다.

"지난 번 사가신 팥 빙수를 벌써 다 드셨어요?"

슈퍼 아저씨는 친절하게 웃으며 묻습니다.

"네"

저는 아저씨에게서 건네받은 비닐 봉지를 들고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습니다.

혼자서 타게 된 엘리베이터 안은 방금 어느 집으로 인가? 배달되고 남은 탕수육냄새가 베어 있습니다. 저녁때 인걸 그제사 깨닫습니다. 집에가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밥을 먹을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누라가 삐져 있다면…라면이나 끓여 먹지 뭐'

현관 문 앞에 서자 밍크 놈이 멍!멍! 내 발소리를 알아 듣고 짖어 댑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누라는 거하게 한 상을 차려두고 저녁을 먹고 있습니다.

방금 사온 팥 빙수 봉지끝을 묶고 또 돌돌 말아서 스카치테플를 붙였습니다. 마누라가 보란듯이 냉동실 가운데다 '내 팥 빙수'라고 써 두었습니다.

마누라앞 식탁위엔 된장찌게, 구운 조기3마리,호박 잎 찐거,멸치 뽁음…'저렇게 먹으니 살이찌지?'. 렇게 속으로 말하는 나를 마누라는 모릅니다. 그저 은근히 밥  먹으라는 눈치입니다.

"밥 안먹어?"

하고 묻는 마누라의 말을 무시합니다. 공연히 밍크 약을 올리며 못들은척 딴 짓을 합니다.

혼자 쩝쩝 소리를 내며 마누라가 저녁을 다 먹은 모양입니다. 그 때 나는 마누라를 향해

"라면 하나 끓여 온나"

잔뜩 목소리를 깔고 명령어로 마누라에게 말을 합니다. 나의 이런 말투를 마누라는 제일 싫어 합니다. 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나는 지금 마누라가 약이 올라야 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수 있기때문입니다. 마누라는 잠시 나를 째려 봅니다. 그러더니 남비를 꺼내고 싱크대 문짝을 부서져라 세게 닫습니다. 못 들은 척 나는 작은 방으로 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