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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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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해도 좋아1


BY 캐슬 2004-02-16

 
1편 - 치사해도 좋아

 그 녀는 냉장고에서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는 팥빙수를 꺼내는군요?.

'저거 내껀데…씨'

나는 달려가서 '먹지마!'하면서 빼앗아 버리고 싶지만 남자라는 이유로, 지금은 전쟁중이라  는 이유로, 그 녀가 내 팥빙수를 꺼내는 걸 보고도 꾹 참아야 합니다.

그래도 그 녀. 양심은 있는지, 혼자 먹기 미안해서인지, 몰래 나를 한 번 슬쩍 훔쳐도 보는군요?. 우유를 붓고 젤리며 미싯가루를 봉긋하게 올려서 긴 커피 스푼을 푹 꽂아서 몇 번 꾹! 꾹! 젓는가 했는데… 내 코 앞에 팥 빙수 컵을 불쑥 들이밉니다. 화들짝 놀란 나는 안 먹다는 표시로 고개를 획 돌려 외면합니다.

 '한 번 더 권하면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도 미쳐 다하지 못했는데 돌려버린 얼굴 쪽으로 팥빙수 컵이 벌써 와 있네요.

'젠장!'

혼잣말로 투덜대며  베란다로 나와 버렸습니다.

고개를 돌려 보지 않아도 나는 그 녀가 나를 약오르게 해놓고는 혼자 좋아서 죽겠다는 표정으로 팥 빙수를 떠 먹는다는 걸 압니다. 그 녀와 나는 팥 빙수에는 목숨을 자주 겁니다.

그 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팥 빙수를 먹으며 내가 자신에게 한  일들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입니다.

"이리 와 밍크!. 니 아빠가 팥 빙수 안 먹는단다. 그러니까 밍크 니가 이 크림 다 먹어라. 어때.정말 맛있지~이".

팥 빙수위의 크림은 그 녀가 싫어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크림은 제가 대신 먹어 주었는데 이젠 그 크림을 밍크 놈에게 먹입니다. 아예 목소리에 콧소리까지 섞어 가며 나를  약 올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나는 베란다 문을 죄다 밀어 열어 둡니다. 그 녀는 먼지가 들어 온다고 이렇게 여는 걸 제일 싫어 하거든요. 그러니 나는 그 녀가 싫어하는 걸로 또 약을 올리며 복수를 꿈꾸는 게지요.

 '창문을 열어다오~'

나는 악다구니처럼 이유없이 노래에다 성질을 싫어 날려 보내 보아도 분이 안 풀립니다.얼른 서재로 가  비상금을 꺼낸 다음 그 녀가 보라는 듯이 여유있게 현관문을 빠져 나옵니다.

뒷 머리에 쏟아지는 그 녀의 궁금해 하는 얼굴 안 봐도 나!. 다~ 압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