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편 - 이쁜 아이 |
기차는 숨가쁘게 달립니다. 시골역이라는게 모두다 비슷비슷한 모습들입니다. 초록이 짙은 넓은 들판엔 벼이삭이 피어 있습니다. 벼이삭은 얼마후면 알들이 영글어 '나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돼고 나락을 거두어 껍질을 벗기면 우리가 먹는 '쌀'이 된다는 걸 지난해까지 함께 시골에 데려다주시던 아버지께서 일러 주셨습니다. 저만큼 스쳐 지나는게 '고추'라는 것도'참깨'라는 것이라는 걸 알고 동생에게 가르쳐 줄수 있는 있는 내가 자랑스럽습니다. 아버지가 순간 그립습니다. 내리고 타는 이가 많은 이 완행열차에서 내가 동생의 보호자이고 내가 동생에겐 아버지 여야 합니다. 책임감 만큼 나는 낯선 여행이 두려우면서도 신나는게 이상합니다. 드디어 제게 자리가 생겼습니다. 정해진 자리가 따로 없으니 제가 서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가 비면 그게 제 자리인 겁니다. 동생과 나란히 앉으니 마음이 한결 든든해졌습니다. 옆자리 아저씨의 시계를 곁눈질로 보니 10시50분쯤 됩니다. 점심때쯤 도착하니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될 듯 합니다. 햇살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언니야 우리 김밥먹자' 동생은 김밥을 먹자고 하지만 저는 김밥을 꺼내서 어떻게 먹어야 할지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내 앞과 옆에 있는 사람들에겐 어떻게 해야하는지...저 사람들에게 나누어 먹어야 하는지 그냥 우리 둘이서만 먹어야 하는지...걱정을 합니다. 동생은 벌써 김밥을 꺼내어 풀고 있습니다. 얼른 동생손에서 김밥을 뺏어 듭니다. '저 이거 좀 드세요' 좀 나이 들어 보이는 앞자리의 아저씨에게 김밥을 드립니다. '아니다 착하기도 하네 너희들 먹어라 저 아저시 여기 이 꼬마들 사이다 한병줘요' '아니에요' 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나가던 홍익 아저씨는 사이다 병을 뿅!소리가 나도록 따서 동생에게 건네 줍니다. '고맙습니다' 동생은 넙죽 사이다 병을 받아 듭니다. '내가 사이다 들고 있을께 너 김밥먹어' 맛있게 먹는 동생을 보며 저는 행복해 집니다. 몇개인가 먹던 동생은 제 입에도 김밥하나를 넣어줍니다. 저는 그 김밥 한개로만 만족했습니다. 부끄러워 더는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기차는 '영천'역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제 다섯정거장만 지나면 됩니다. 아버지가 '영천'역을 기억하라고 하셨거든요. 영천에서 꼭 다섯번째 역이 '우보'라고 하셨으니 이제 조금만 가면 되는겁니다. 동생과 나는 눈과 귀를 온통 창밖으로 모으고 서로를 의지합니다. '이제 조금만 가면 돼'하는 눈빛을 서로에게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