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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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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골짜기에 아그배나무 꽃이 피였네


BY 산골향 2004-05-18

해마다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고향산천으로 엄니랑 밥싸들고

고사리 꺾을 겸 소풍을 갑니다.
이번엔 진매울이란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산골마을을 지나 

학교 다닐 때 한 시간을 걸어 넘던 그토록 지겹던 마당바위 고개로 갔습니다.

어디쯤에 외솔나무가 서있고
좀 더 내려가면 진달래가 만발하고
좁다란 비탈길로 꺽어들면 머루가 주렁주렁 매달려 간식거리가 되었고
시엉이며 찔레며 지천이던 마당마루 고개길.
 
그런데
산골마을의 외지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였던 마당바위고개는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었어요.
다른 곳으로 차길이 생기면서
마당바위 고개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긴지 30여년.
수풀로 우거져 길 형체도 없어지고
남학생을 피해 숨던 우리집 마당처럼 넓었던 바위는 벼락에 맞아
두 동강이 나서 덤불에 덮히고
산마루에 오르면 온 세상이 다보일 것 같던 고개는

빼곡이 들어서 울창한 숲사이로 손바닥만한 하늘만 보이고. 

좀 내려다 보이는
저~~아래 골짜기 녹음짙은 신록사이에 돋보이는 때늦은 벚꽃인듯
만발한 하얀꽃나무.
햐~ 그 꽃나무를 멀리에서 바라보며 내 맴은 콩당콩당 뛰었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옛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보너스를 얻은 기분이었어요.
나도 모르게 그 나무곁으로...

 

어머 아름드리 아그배나무였어요.
와하~~아그배나무 꽃이 이리도 아름다운 줄 몰랐습니다.
아름다운 경치 앞에서 나이가 무슨 상관있나요.

탄성을 지르며 손에 닿는 꽃 가지를 잡고 마구마구 흔들고
꽃비가 쏟아졌어요, 어느 소녀의 머리에 하얀 꽃비가.
 
산바람 새소리 물소리 꽃비... 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더이다.
하얀꽃잎이 밥위로 사푼히 날아드는 아그배 나무 아래에서 싸간 밥을 먹는데
그 맛은 아무도 몰러유. 하얀꽃잎 반찬에 먹는 밥맛은...

내년 봄엔 소녀 같으신 님들과
아그배나무 아래로 소풍가고 싶어요.

 

     
 
   
아리 [2004-05-17,21:53]
  그 아그배 나무 밑에서 저도 밥먹고 싶어요 ..그나저나 그 반찬은 무엇이었을까요? ...-별 걸 다 궁금해하는 아리 ~~^^ 언니는 정말로 유머와 재롱? 이 넘치는 분이어요 ^^
마당 [2004-05-17,14:24]
  마당이 여기만 있는줄 알았더니 거기 청양에도 마당바위가 있었군요. 오랜만에 들어와 꼬리 달아두고 갑니다. 언제나 유머가 넘치는 언니 평안하세요
안단테 [2004-05-16,19:05]
  언냐~~ 난 안즉도 버벅대고 있다...자연공부는 할수록 어려분거...내 이래서 울 아들들 야단 몬치지..암~ 몬치고 말고...언니쯤 되면 좀 자연에 대해서 이바구 할수 있을까...세월이 약이되길... 모가 바쁜지 요방은 이제사 꼬리잡으로 다닌답니당...^&^
hoesu54 [2004-05-14,13:12]
  올해 고사리 많이 꺽었지요 올해는 행운이것 같토 내눈에 고사리가 보였으니까........... 하늘이 맑아요 요즘 이곳은 축제로 행사로 날리라오 오늘 내가 가는 컨벤센에 큰 행사가 있어서 경호원 대동하고 다녔어요 항상 건강 하세요.
물비늘 [2004-05-14,13:00]
  산골향님! 반가워요^^.지난번[4/23]에 부르시기에 바로 냉큼 대답하는글을 올리니, 요상하게시리 홀라당 홀라당 지워지지뭐여유~.그래서...시방에서야 대답하구만유~..., 우와~!!꽃비내리는 산속에서 풀내음, 꽃내음 맡으며 먹는도시락 ,정말로 맛 있었겠네요.싱그럽고 예쁘고 행복이 넘쳐나는 글 잘 보았어요.고사리 맛있겠네요. 산속으로 산책한 기분입니다.좋은나날 되세요^^*
cheonsj [2004-05-14,05:31]
  저도 같이 가거 싶어요 ^^ 델꼬 가실래요? 꽃비 후두둑이며 털어보고 싶어요...내년 오월엔 저도 따라 갈래요 도시락 싸가지고요 꼭 불러주세요 ^^
산골향 [2004-05-13,16:42]
  산난초님 지는 아그를 늦게 낳아 이제 중학생이지만 제 친구들은 손주를 보아 할망구랍니다. 돌배? 아마두 지방마다 달리 불러서 아그배가 돌배일겝니다. 박실이 아우님 아그배는 아기배라고 하면 알꺼나..
산난초 [2004-05-13,15:15]
  동행하고 시퍼유,지두유~~~내년봄에 고사리 꺽으러 베낭메고 쪼랑쫄랑 산골향님 뒤를 따라부틀깜유? ㅎㅎ 할망구는 안붙인다구유? 아, 예~예~ 술 중에 돌배술이 그만이던디~~기왕이면 그 아그배 여물때 초대허문~ 글 잼나게 잘 보았어유
박실이 [2004-05-13,14:56]
  드디어 다녀 오셨군요 후기담 기다리곤 했는데 글솜씨가 맛나 밥 더 맛있게 먹었습니다.ㄱ근데 아그배나무는 어찌 생겼는지요? 순수한 우리 말 같은데 원 무식해서 잘 몰라라 알으켜 주시요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