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저쪽에 살고 있었다
한겨울 논위에서 얼음을 지쳤고
바둑무늬 강아지가 나를 따라다녔다
한여름 문을 나서면 마당밭에 계시다
딸기 한 알씩 따서 손주입에 넣어주시던
할아버지
딸자식도 자식이라며 등떠밀어
제삿상에 절세우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도 보내드리고
할머니도 보내드리고
숱한 세월까지
딸려보내고난 지금
나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
그것이 행복인줄 이젠 깨달은 사람
그래서 다행이라 가슴쓸어내리는 사람
세상의 이쪽이 저쪽보다 못하지 않다는 사실도
더불어 아는 사람이 된다
[2005년6월16일 카이로에서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