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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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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가브리엘(12)


BY 아미라 2004-03-14

 

" 여기서 사는 거에요? "

 

  목사관을 돌아보고난 뒤 그녀는 교회 진입로까지도 꼼꼼히 살폈다.

 남자 혼자 지키는 목사관저도 그러했지만 교회 안팎도 상태가 소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새삼 하나님의 전당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살아온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전조차도 가꾸지 못하면서 어떻게 하나님의 양들을 가꾸고 기르겠는가 하는 자책이 들었다. 그녀의 질문 속에는 어떻게 이런 구질구질한 곳에서 살 수가 있나 하는 의구심 혹은 어떻게 자기 숙소를 요모양 요꼴로 정돈도 안하고 방치해둘 수가 있나 하는 힐책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낭패한 기색을 재빠르게 살핀 그녀는 이내 단발머리를 귀밑으로 찰랑거리며 부엌과 식당 사이를 퐁당퐁당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불편한 물음은 길게 하지 않는 그녀의 상쾌한 성격이 다시 한 번 가브리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브리엘은 손수 버터로 구워낸 빵과 닭고기를 날라왔고, 그녀는 글라스 놓는 것을 능숙하게 거들었다. 촛대가 워낙 싼 것이라서 장식할 초만은 향이 좋은 것을 골랐다. 눈색깔에 맞게 연푸른빛의, 소매가 짧은 셔츠를 입었고 머리는 뒤로 닭꽁지처럼 묶었으며, 가사가 없는 은은한 째즈가 깔렸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아니.. 완벽해 보였다. 적어도 그가 자신의 체격의 놀라운 부피를 망각하기 전까지는. 그래서 양복바지가 꼭 끼는 것도 모르고 의자에 앉았다가 빠직!하는 파열음이 천둥처럼 들리기 전까지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촛대고 글라스고 식탁이 왕창 뒤엎어지기 전까지는 모든 것은 완벽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