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세상 밖 어디? 어디로 갈건데..?"
이삭의 주인집에서 일하고 있는 린네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마도키마니가 당장 어디로 떠나는 줄 생각했나보다. 린네트는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가 늘 똘망똘망하게 살아있는 아담한 아가씨다.
그녀는 여기 현지인인데다 영어도 잘한다. 고등학교를 다녔었고 머잖아 돈을 모으면 대학에 다니고 싶다고 살짝 귀뜸해준 적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몰라서 그렇지 이 나라에서는 가장 비싼 것이 학비이고 그 다음이 생필품가격이다. 린네트에게는 안된 얘기지만 그녀가 고스란히 오 년동안의 월급을 모아야 반 년치의 대학등록금이 마련된다.
하지만 키마니는 그런 말로 그녀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린네트정도의 여자라면 얼마든지 사무직이나 기술직의 남성과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착하고 어여쁘니까..’ 그리고 일하는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때는 볕 가운데에 의자를 갖다놓고 책을 읽기도 하고, 보푸라기가 많이 이는 빛바랜 털실을 얻어다가 가디간이고 목도리고간에 뭐든지 만들어내기도 하는 바지런함도 있다.
자신이 원한다면 세상 어디라도 함께 가줄 것같은 여자이긴 했지만 정작 용기를 내어 물은 적은 없었다. 그리고 당장은 '준비과정'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여념이 없기도 하다. 아무래도 이삭은 맛좋은 꿀단지를 저혼자 끌어안고 맛보는 것같다는 은근한 샘이 일었다.이번 주말에는 그를 찾아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