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이삭에게 자신의 포부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 남자라면 세상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배포가 있어야 해, 키마니.
나는 언젠가는 신의 말씀을 전파하러 세상 밖으로 나아갈 것이네.
원한다면 자네도 붙여주기야 하겠지만, 그 전에 자네는 먼저 자네에게 푸른 제복을 입혀줄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 할 거야. 그걸 '준비과정'이라고 부르 지."
얼마전부터 이삭은 부쩍 유식한 말도 많이 쓰고, 어깨에 엄청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마도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기 시작하는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었다.
세상 밖으로의 포부와 준비과정..
그 어느 것도 자기같은 재가하인은 완수하기가 어려울 것처럼 보인다.
한밤중에 잠을 자다가도 주인이 부르면 달려나가야 하는 것이 재가하인의 임무이다. 하지만 이삭의 얘기를 들은 순간부터 가슴이 울렁거리고 현깃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유는 자신도 모른다. 어떤 때에는 가슴이 터질 것도 같다. 콩당콩당 뛰기도 하다가 부글부글 끓기도 한다. 뭔가 손에 잡힐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한 갈급함에 목이 탔다.
이삭이 다니는 교회로 옮겨갈까 생각한적도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그래야 할 것 같다. 도대체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사람이 이상해지더니 어느날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던가. 괜스리 멀쩡한 사람 속만 요동치게 만들어놓고..
이 나라에 와서 제대로 터놓고 지내는 사람은 그래도 이삭뿐이다. 저쪽에서야 어찌 생각하든 지간에 키마니 자신은 그를 잃고 싶지가 않았다.
주인의 가족들은 무신론자들인 것같다. 이 꼬레안들은 주말이면 마운틴 케냐로 낚시를 하러 다닌다. 서아시안이 주인인 집 하인들은 주말에조차도 외출이 불가능하다. 그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국교가 기독교라 절로 모태신앙이 된 까닭에 그저 누가 물으면 '기독교인'이라고 대답할뿐 온전한 신앙을 가진 이가 드물다. 이곳에 세계 각지로부터 선교사들이 밀려오는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지만 어차피 자기가 상관할 바는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이삭의 주인집 하인들은 일요일에도 일을 한다. 이삭만 예외인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하긴 그집 사람들은 일요일이면 언제나 자기 가족들끼리만 놀러나가기 때문에 사실 운전만 하는 이삭은 쓸데가 없는 날이 또 그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