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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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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가브리엘(3)


BY 아미라 200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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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삭은 글을 몰랐지만 그가 글을 모른단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할만큼 '무진장 영악한' 사람이었다. 운전면허를 딸 때에도 아이디카드를 갱신할 때에도 언제나 그의 곁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따라다녔다. '무진장 영악한' 이삭은 '억수로 재수도 좋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성경의 한 구절도 스스로는 깨칠 수 없는 그가 그토록 열심히 주말마다 예배에 참석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일 년 전 새로 부임한 한 백인목사의 짧은 설교 때문이었다.

 

" 단 한 마디면 이 세상도 천국이 됩니다.

  '하나님,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이 한 마디면 다 된 겁니다.

  어떤 사람도 모르는 사람 붙들고 내 얘기 들어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대번에 미친 사람 취급을 받지요. 또 어떤 사람도 깊이 믿는 상대가 아니면 마음 속의 고민을 털어놓으려 않을 겁니다. '하나님,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분께서는 누구보다도 완전한 상대자가 되어주실 것입니다. "

 

  그날도 지금처럼 무더운 12월이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지붕들처럼 몸냄새에 찰싹 붙은 날파리들로 어지간히 짜증도 나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찬송하고 축도하면 예배 - 그때는 예배가 뭔지도 몰랐었지만,- 가 끝나는 걸로 알고 있다가 설교를 해야 한다고 쿵당쿵당 앞으로 걸어나가는 백인 목사님의 말에 기겁을 했었다. 하지만 이 백인은 그의 첫인상이 남기던 것만큼 미련하지는 않은 것같았다.

 

 입고 있는 셔츠도 소매끝이며 깃끝이 시접이 보일정도로 닳아빠져 있었다. 수입도 시원찮을 게 뻔하다. 제 덩치를 주체못해 삐질삐질 쏟아내는 땀은 폭포수같다. 제 나라에서 걱정없이 살 수도 있을 '백인'인 데 굳이 이런 데까지 와서 왜 저 고생일까 생각하면 머리도 과히 좋아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자기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 아닌가. 근데 어쭈.. 설교도 시원시원하다. 설교가 끝난 뒤에는 시원한 소다수를 '들고다니는 냉장고' - 아이스박스-에서 꺼내어 모두에게 나눠주는 화끈함도 있다. 더군다나 우리를 위해서 왔다는 선교사라면서 오히려 예배에 참석해주어 자기가 고맙다고 말한다.

  '참 싱거운 사람..' 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날 오후는 교회에서 집까지 무려 세 시간을 여느 현지인들처럼 자연스럽게걸어서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