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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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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가브리엘


BY 아미라 2003-11-10

 

 

이파리마저도 연보라빛인 자카란다 나무가 눈송이같은 잎새들을 미풍에 실어보내고 있다. 쏟아지는 땡볕 사이로 열심히 짬을 내어 날아오는 바람이건만 숨막히는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다. 사람도 짐승도 움직이지 않는 시간, 속없는 수리 한 마리만이 적도의 하늘을 거들먹거리고 있다.

 

 한동안 잘 나가던 그의 빠알간 프라이드가 오늘 아침 교회를 떠나올 때부터 털털 잔기침을 불안하게 시작하더니만, 오사와로드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아예 꿈쩍도 하질 않는다. 그가 이곳으로 발령받아 오기 전부터 이미 선임자들이 끌고 다니던 것이긴 하지만, 막상 아프리카에 도착해서는 그 이상의 노역은 있던 적도 없었다는 양 무던히도 혹사시킨 차였다.

  본사인 한국에서 이 지역으로 수출할 때부터 이곳 사정에 맞추어 핸들을 오른 쪽에 붙인 차였으며 웬만한 자갈길이 아니면 그의 성스러운 사명을 위하여 어디든지 그와 함께 했던 애마이기도 했다.

 이곳 사람들은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 십 년 쯤 끌고 다녔던 중고차를 거의 현지에서의 신차 한 대값을 주고 구입한다. 이들에게는 폐차란 개념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운전석 문만 온전히 달려있으면 그리고 느적느적 가든 지 쿨럭쿨럭 가든 지 일단 구르기만 하면 아무리 오래된 차라도 반드시 돈을 받고 되판다.

 아프리카에서는 사람의 몸에서 나는 분비물 외에는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또 일단 이곳에 적응한 사람이면 그가 백인이든 지 동양인이든 지간에 어느 새 알뜰살뜰함이 몸에 배어져 저도 모르게 플라스틱병 하나조차도 챙기게 된다.

  지나가는 차들이 눈이 둥그레져서 사람과 차를 번갈아 본다. 그들이 보기에도 물에 불은 것같은 백인사내의 허리통의 굵음의 엄청남에 처음 놀라고, 그 덩치가 쭈그러진 빵 포장지같은 작고 빠알간 차 안에서 어슬렁거리며 나오는 모습에 또 놀라고,  그만한 거구의 사내가 고만한 차를 타겠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