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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요일 일박 이일 남편 중학교 동창 모임에 다녀왔어요. 대둔산 밑자락에 터전을 마련하고 아직 완전 귀농은 아니지만 얼마 전부터 반 귀농하여 사는 남편 친구가 있는데 몇몇 친구 부부를 초대했대요. 가자해서 가서 보니 천여 평되는 평평한 땅에 허름한 컨테이너 집하나 짓고는 가족은 서울에 두고 그 친구 혼자 오가며 틈틈이 농사일을 하더군요. 주변 경관을 둘러보니 가히 황홀지경이어서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합니다. 반하려고 맘먹지 않아도 얼마든지 반 할만한 그런 곳이라고 한눈에도 느껴졌어요. 대둔산 첩첩 봉오리가 뺑 둘러 병풍인데 집 앞으로 흐르는 계곡은 청천리 벽계수고, 한껏 빗물 먹은 풀내는 마치 금방 짜 낸 녹즙보다도 더 진하고 신선했답니다. 남편 친구들이야 이미 동심을 작정하고 모였으니 말해 뭐하겠어요. 도착하자마자 아저씨들 바지 가랑이 걷어 부치고 물 속으로 점벙대며 환호하는 모습도 가일층 가관이지요. 여인네들도 마찬가지예요. 남편 따라 십 수 년 얼굴보고 살다보니 우리도 이미 오래전에 허물없는 친구 되어 뭐 노는 짓이 별반 다를 게 없는 사이입니다. 어쨌든 한 친구의 귀향이 열 친구 맘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금방 자연인을 만들더군요. 그나저나 다 좋아요. 근데 잠자리는 어땠는지 아세요. 방이 하나인지라 여인들은 방에서 자고 아저씨들은 바깥 텐트에서 자기로 했는데 생각해 보세요. 장마철 산 중 바깥 밤 기온에 그게 가당키나 한지. 웬 걸, 아니나 다를까 밤이 깊으니 결국엔 한 사람 두 사람 슬그머니 방으로 듭디다. 울 남편이 제일 먼저 들어오더니 그 담엔 줄줄이.......결국 혼침했지요. 난 너무 좋아서(?) 잠 한 숨 못 이루고 꼬박 밤을 샜다니까요. ㅎㅎ 산자락에서 맞는 새벽........ 늘 꿈꾸는 그 멋이고 그 맛입니다. 말하면 이미 군더더기잖아요. 한 30분 걸어올라 가면 安心寺라는 비구니 사찰이 있다기에 나섰습니다. 오르는 길 양옆으론 온갖 유실수가 심어져 있는데 탐스럽습니다. 대추랑, 배랑, 감이랑, 복숭아랑, 호두랑.......어느 부지런한 손길이 이리 만들었을까 올망졸망 파릇파릇 아가 손톱만큼씩 열매는 그렇게 여름 볕에 영글어가고 있더랍니다. 가다 집 한 채, 가다 집 한 채.......별장일까 농가일까.....기웃.....갸웃...... 귀농이 많아진 실감이 듭니다. 정성들여 가꾼 집들이 다들 아름답습니다. 맘 한켠으로 부러움이 살짝 일어납니다. 오르다 보니 어느새 사찰에 이르렀습니다. 아~~~어이해 안심사라 했는지......저절로 알겠습니다. 봉오리 봉오리 대둔산 온 봉우리가 다 안심사 가람입니다. 편안하게 놓인 전각 한 채를 산이 감싸고 있습니다. 둘이 아닙니다. 모두가 하나이고, 하나가 모두입니다. 그러니 安心입니다. 법당 문을 가만가만 열고 몸을 들입니다. 새벽, 조금은 어둔 전각에 어느 눈 밝은 스님이 이미 촛불 밝혀 두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아, 부처님이 보이십니다. 부처님도 제가 보이십니까. 맘이 마구 떨리고 있습니다. 나는 그 순간 첫날 밤 새신랑 만나는 새 신부가 됩니다. 홀로 이런 날은 서두를 필요 없으니 나는 천천히 맘껏 부처를 품습니다. 온 몸 흥건히 땀이 배이도록 벗고 또 벗으면서....... 빼꼼이 누가 문을 엽니다. 남편입니다. 아마 새벽부터 집나간 마누라 찾아 예 온 모양인데 역시 통하는바 둘이 아닙니다. 오를 땐 혼자였는데 내려 올 땐 함께입니다. 돌아오는 길 가랑가랑 가랑비가 내립니다. 둘이 손잡고 맞는 대둔산 안개비가 뜨겁게 심장을 이어줍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이런 저런 풍광을 눈에 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이런 저런 느낌을 몸에 담고, 이런 저런 정을 맘에 담고...... 오늘 같은 날은 다소 피곤하여도 그 피곤이 싫지 않습니다. 그냥 말면 금새 또 잊을까.....하기사 잊는다고 뭐 대수 일까마는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서 너덜 너덜 털어 놓고 갑니다.^^
7월 23일 土心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