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창문 앞 키 큰 나무 그늘진 잎새에 검버섯이 돋는다.
무심히 보려는데 가슴 어디선가 바람이 이네.
슬금슬금 병이 도질 징조인가 봐.
앓을 준비를 해야 하나....
고칠 채비를 해야 하나....
맘 안팎 묶어 둔 고삐 잠시만 풀면 안 될까.
한번도 발가벗긴 속내에 충실해 본 적이 없는데
흔드는 세상 빛에 못난이 심사는 여전히 요동이고...
묵은 벗은 말해 보게.
자네는 되었는가? 五蘊(오온)不動이....
친구여,
이 좋은 계절 우리 한 번 떠나 보세.
다른 건 다 말고
바랑에 커피와 책만 두둑이 넣고 참, 사발면도 좀 준비할까...
물 따라, 산 따라...
가다 멈추는 곳 밤하늘에서 별도 보고 달도 보고...
일주일만 아니 사흘만 아니 이틀만....
문득 배가 고프네.
근데 찬 밥 한 술 뜨려니 목이 메여.
바글바글 라면 하나 끓였는데 그도 몇 젓가락에 속이 메슥하다.
벗이여, 말해 보라.
이게 분명 가을 타는 속앓이지...
낮잠 한 숨 자려네.
우선 꿈에서라도 떠나 보게.
그리워 보고 싶은 벗이여,
맘에 있걸랑 지금 따라 나서게나.
원컨데 같이 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