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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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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함께 여행가자.


BY 土心 2006-09-26

친구여,


창문 앞 키 큰 나무 그늘진 잎새에 검버섯이 돋는다.

무심히 보려는데 가슴 어디선가 바람이 이네.

슬금슬금 병이 도질 징조인가 봐.

앓을 준비를 해야 하나....

고칠 채비를 해야 하나....


맘 안팎 묶어 둔 고삐 잠시만 풀면 안 될까.

한번도 발가벗긴 속내에 충실해 본 적이 없는데

흔드는 세상 빛에 못난이 심사는 여전히 요동이고...

묵은 벗은 말해 보게.

자네는 되었는가? 五蘊(오온)不動이....


친구여,


이 좋은 계절 우리 한 번 떠나 보세.

다른 건 다 말고

바랑에 커피와 책만 두둑이 넣고 참, 사발면도 좀 준비할까...

물 따라, 산 따라...

가다 멈추는 곳 밤하늘에서 별도 보고 달도 보고...

일주일만 아니 사흘만 아니 이틀만....


문득 배가 고프네.

근데 찬 밥 한 술 뜨려니 목이 메여.

바글바글 라면 하나 끓였는데 그도 몇 젓가락에 속이 메슥하다.

벗이여, 말해 보라.

이게 분명 가을 타는 속앓이지...

 

낮잠 한 숨 자려네.

우선 꿈에서라도 떠나 보게.

그리워 보고 싶은 벗이여,

맘에 있걸랑 지금 따라 나서게나.

원컨데 같이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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