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지난 밤 부고를 받는다.
친구 아버지가 회사에서 돌연 심장 마비를 일으키셨단다.
‘어쩌다가....가족들은.....우짤꼬... 우짤꼬....’
나도 남 일 같지 않아 상상으로도 심장이 오그라들어 소름이 돋는데
그 소식 접한 딸 아이 놀란 가슴은 진정이 안 되고 그저 사시나무처럼 떨기만 한다.
“수정아, 의연하게...의연하게...애써 진정하고...괜찮아...차분하게 문상 다녀오너라.”
“어떡해요... 엄마....”
...........
어쨌든 준비시켜 다독다독 내 보내는데
나가다 말고 딸이 돌아 서서 눈물 맺힌 눈으로 물끄러미 엄말 한참 쳐다본다.
“엄마, 절대 아프지 마세요. 아빠 제발 건강하셔야 해요.
이 순간 친구 슬픔 앞에서 나 너무 이기적인데..그래도 할 수 없어...
나 그 약속 받아야 나가요.”
“걱정마라! 엄마 아빠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살 테니, 그때 가서 구박하고 후회나 말어.”
그래, 사람은 그런 거다.
남의 슬픔 앞에서 내 기쁨 확인하며 안도 하고,
남의 불행 앞에서 그 불행의 주인공 나 아닌 것에 다행 하고,
어쨌거나 밤늦게 그렇게 나간 딸이 염려되기도 하고,
왠지 모를 맘에 뒤숭숭하기도 하고.....
새벽 4시가 다 되어 딸이 들어오는 소리 듣고야 겨우 눈을 붙였다.
근데 그 잠깐의 새우잠 동안에도 무슨 꿈을 그렇게 어수선하게 꾸어 대는지
잠을 잔 것인가 안 잔 것인가.
그래 그랬는지, 저래 그랬는지
오늘은 멀쩡히 길에서 넘어지는 불상사가 있었다.
버스 오는 걸 보고 뛰다가 그만 보도블럭 턱에 걸려 뒹굴었는데
어찌나 창피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던지...
망신은 망신대로..상처는 상처대로...
근데 집에 와 약 바르며 생각하니
차바퀴에 치었으면...아이쿠야, 등골이 다 오싹하다.
‘이 사람아! 제발 넋 빠뜨리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
사람이 사는 동안 어찌 생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리.
그저 사는 날까지 백해무익한 사람이나 되지 말아야지 하는데
그 바램이나 이뤄지면 참으로 다행이겠고,
어느 순간 죽어도 부끄럼 없을 만큼, 미련도 없을 만큼
그렇게 사는 방도나 제대로 알고 실천하다 가면 좋겠고,
갈 때를 미리 알아 천지에 민폐 없도록 흔적도 없이 갈 수 있으면 좋겠고,
........
"生死가 본래 없는 줄 알면 去來가 자유롭다" 했거늘....
구월을 시작하는 첫 날 나는 이래서 세상 앞에 겸허 하라는 화두 하나 챙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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