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있어 병술년 이 한해는 반가움의 해라고
이제 기록해 두자.
하루 멀다 이어지는 반가운 만남으로
때 없이 행복 풍년이다.
어제도 난 소중한 내 친구들을 20여 년 만에 만났다.
가정교육과 76학번 동기들.
한 친구 한 친구 들어 설 때 마다
“어디 기억력 테스트 좀 해 보자
친구 이름 불러 보고 한 사람이라도 모르면 노래 부르기다.”
닫힌 뇌 속 묵은 파일 열심히 찾아내어
더듬더듬 그러나 정성스럽게 또박 또박
“넌 아무개... 넌 아무개.....”
“그래, 맞어. 그래 맞어...아니 아니...”
기억하여 불러 주면 로또 당첨 된 기분이고,
미처 떠 올리지 못하면 쌜쭉 토라져서 눈 흘기고...
이래도 저래도 우린 서로 우레 박수로 환영하고
깊은 포옹으로 식지 않은 우애 감동으로 재현 했다.
너무 여전하여 변한 게 뭘까?
몸들이 조금씩 굵어진 거
눈주름, 목주름 깊어진 거
목소리 톤이 올라 간 거
눈가가 촉촉한 거
...........
근데 하는 짓은 똑 같네.
하던 말투 변함없고,
쓰는 성질 똑같고,
스타일 여전하고...
그렇구나.
너희들 맞다.
영락없이 내 친구들 맞다.
"아! 옛날이여~~~"
근데 무슨 연유로 눈물샘이 차오르나
집에 돌아 와 앉았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첨엔 그저 앞이 뿌열 뿐이더니
급기야 흐느끼면서 한참을 울고 말았다.
이유 모를 감정에 나 당혹스럽기만 한데
도대체 이건 뭔가?
.......
이미 이 세상사람 아니라는 친구 소식이 맘에 걸렸나
병중에 오래 있다는 친구 소식이 맘 아픈 건가
헤어졌던 세월이 새삼 아쉬웠나.
.......
아닌 것 같아.
이 심사 가만히 들여 다 보고 짐작해 보니
어느 새 미래 보다 과거가 많아진 나이가
서러운 모양이다.
멈추고 돌아서서 추억하고 향수하고 그리워하고
그리고 그것이 따뜻하고 편안하고 행복해 지는
지금 내 일련의 이 짓들이 문득 서글펐나 보다.
앞만 보고 내달리는 일이 때론 아득하여 힘겨워도,
세상살이 흐르는 물과 같아 거스르기 어려웠어도,
오늘은 내일이 있어 그래도 희망이라고
그래서 갈수록 살만한 세상 된다고
나는 내내 긍정하며 지향하며 살아 왔다.
사람이든 세월이든 간 건 필요 없고 뒤는 의미 없다.
오직 미래가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강변하고 행동했다.
어제가 있어 오늘이 있다는 믿음,
오늘이 아름다움으로 내일이 아름다울 거라는 확신...
근데 옛 친구 만나 옛 일을 기억하다 보니
‘옛날 그 때가 아름다웠노라....
그 시절로 다시 돌아 갈 수만 있다면....
아! 내 청춘 돌리 도~~~’
어쩌다 내가 이 시점에 와 있나 그 한탄
그게 서러운 모양이다.
어쨌거나 큰 기쁨 큰 슬픔이 한 고리에 엮여서
웃음과 눈물로 뒤 엉킨 이 감정이 민망하다.
눈물 닦아야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웠노라 마침표 찍어두기
아직은 이르다.
남은 인생 그 시절 벗과 더불어
다시 한번 꽃 피우면 되지.
나이 든다고 어찌 기회마저 또 없겠나.
불가능은 나이가 탓이 아니고,
순수 잃은 그 맘이 탓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다시 뭉친 친구들이여,
허니 순수와 관록과 우정으로
그 역사 새롭게 또 쓰자.
옛 일 기억하고, 추억하고, 그리워만 하면서
머무르기 아직 이르다.
무궁무진한 세상일에 더불어 한 힘 더 보태고
세상 선을 위해 있는 에너지 혼신으로 쓰고,
그러고 나서 훗날 훗날에
"우리 생이 진정으로 아름다웠노라"
그 때 그렇게 말 하자.
마지막 말로 우리 아끼면서 남겨 두자.
이 이연의 소중함이 참으로 감사 하구나.
6. 30. 토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