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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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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BY 土心 2006-07-15

때르릉~~~

“여보세요”
“혜자니? 나야”
“누구세요?”
“장 경~~(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어머! 경숙이?”
“그래, 나 장경숙이”
.
.
.
두 사람의 전화 속 반가운 호들갑은 더 이상 두 말도 필요 없지
순간에 30년 세월 훌쩍 넘어 어제도 만난 사람 무색할 만큼
기억도 술술 입담도 술술....구구절절 수다에 거침이 없다.
그저 한 마디하고 호호호....
두 마디하고 깔깔깔....
“그래, 맞다 맞아. 그대로다.”

올해는 아마도 내가 친구 찾는 해인가 보다.
적지 않은 세월 소식두절 두문불출 했어도
쏘아 올린 인연의 화살은 쉬지 않고 날았던 모양으로
때가 되니 하나 둘 과녁에 가 웅성웅성 맺히기 시작한다.
부쩍 하루 멀다 들려오는 친구들의 소식이 이렇게 반가운데
그동안은 적막하여 어찌 살았나...

수십 년 전 나를 기억한 친구들의 증언은 신기하기만 하고
게다가 덮어두고 한번도 열지 않았던 내 어눌한 기억창고에도
그렇게 많은 떠올릴 추억이 쌓여 있었다는 것도 놀라웁다.
헌데 기억도 곰삯이고 보니 발효되고 정화되어 
독은 없어지고 선만 남아서 모든 게 다 아름답고 고마워지는 것도
또한 기쁨이요, 즐거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억은 모두 아름다운 것이라 하고,
추억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과 다름없다 했나 보다.

친구들은 한결같이 나를 이렇게 기억하며 말한다.
굉장히 잘 웃었다고...
웃음소리 들으니 변한 게 없는 모양이라고...
정말 그랬나? 그런가?
그게 사실이라면 나쁘지 않다. 아니 참 좋다.
허면 이 참에 내가 나를 향해 물어야지
이 삼십 년 후 오늘 만난 친구는 나의 어떤 모습을 기억하게 되겠냐고
여전히 잘 웃는 사람?
아니, 절대 자신 없다.
속없이 목젖이 보이게 웃어 본 기억이 어른 되고는 내게 없는 걸.
그럼 또 이 참에 할 일이 생긴 거지.
웃는 거.
숨은 웃음 찾아 오는 거.
앞으로는 절대적으로 안 놓치고 웃는 거.

그래, 이제 난 다시 친구들을 만날 거다.
만나자고, 이제 다시 얼굴 보며 살자고 학교 동무들과 약속했다.
근데 세월이 야속해서 거울 보면 꼬라지 참 속상하지.
안 그래도 예쁘지 않은 얼굴에 달갑지 않은 주름과 기미까지 합세하고,
이럴 줄 알았으면 보톡스라도 맞아 두는 건데
아니 돈 들여서 얼굴 구석구석 손 좀 봐 두는 건데...
ㅎㅎㅎㅎㅎ......
정말 모처럼 파안대소 하며 나는 이렇게 즐거워진다.
친구는 역시 친구...
그러자 웃음 갖고 만나자.
꺼이꺼이 숨 넘어 갈 정도로 내 웃어 주마.
맨날 맨날 안 잊고 웃어 주마.
 
아스라한 친구들 얼굴 새삼 참 그립다.

6. 21. 토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