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도록 청명한 이 가을 햇볕이 참 아깝습니다.
냉동고에 넣어 둘 수도 없고, 딤채에 넣어 둘 수도 없고...
어디다 보관 하면 될까요?
올핸 유난히도 기다려 지고, 그리웠던 볕이지 않습니까.
오만 방자한 우리들의 손으로 앞뒤없이 파헤쳐진 자연은
올 여름 울기도 많이 울었건만
그래도 이렇게 제자리 찾아 와 준 것이 참 다행입니다.
괘씸하고 노여워 아주 가면 어쩌나...
시름시름 병이 깊어 털고 일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지구촌 곳곳이 병이 나 몸살을 앓는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하고
계절이 갈 곳 몰라 우왕 좌왕 방황한다기에
이제 다 살았구나... 식은땀도 나고,
그래도 아직은 조금 더 버텨 주나 보다 싶어 고맙고, 안스럽고...
헌데 언제 까지 버틸 수 있을지 조마 조마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병들게 했으니
고쳐 놔야 하는 것도 우리 몫이지 생각합니다.
어쨌든 내 자손들에게 병든 산천 초목을
유산으로 남겨 줄 수는 없는 일이고.
다른 건 남겨 주지 못해도
건강한 자연 만큼은 돌려 줘야지 싶은데
그렇지 않나요?
제가 또 한 오바 합니다.
그건 그렇구 어느분이 이 햇볕에 참깨를 말렸다 하셨지요.
저도 이 햇볕을 그냥 보낼 수 없어 붙잡아 두었답니다.
어디냐 하면요...표고 버섯에 묶어 났어요.
젖은 표고가 요즘 한창이길래
한 박스 사서 납작 납짝 썰었습니다.
그리곤 채반 위에 훌훌 흩어 널어 주며
볕과 바람을 한 껏 쏘이라 했습니다.
채반 비워지는 낼은 가지를 말리고,
또 그 담날은 호박을 말리고
며칠 뒤엔 무시도 말려 보고...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내년 정월 대보름 식탁은 풍성 하겠지요.
몸시린 겨울에 가을 햇살을 먹고,
정성을 먹고, 청정 나물을 먹고나면
아마도 사랑하는 내 가족들은 많이 행복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 친구들에게도 나눠 줄 참입니다.
님들도 원하시는 분 말씀만 하세요...
혹시 압니까?
사랑 나물 볶아 초대 할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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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이여,
가을 햇살 닮은 청명한 웃음 많이 웃으시고 늘 행복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