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전 예술의전당 개관 공연기간 중인데,
신영옥의 my songs 콘서트도 미리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저번날 호세카레라스랑 상암구장에서 공연 한 거.. KBS에서 방송해 줬었는데
친구들한테만 보라고 광고 싫컷 때려놓고는
그날은 까맣게 잊은채 콜~~~ 잠 들어버려서
대전 공연은 기필코 가서보리라 맘먹고 기다렸다.
얼마 전에 새로나온 my songs 엘범이 다른 때보다 훨씬
절절한 그리움의 빛깔로 다가온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다.
역시 난 조수미를 제일로 좋아하긴 하지만
사람들이 그녀를 세계적인 소프라노라고 하는 이유가
공연장에 가서 직접 들어보면 확연히 드러날 것 같은 긍정적인 예감.. ^^
일요일 아침부터 많이 바빴다.
동서네 여동생이 병원에 입원을 해서 병문안 가려고 호박죽을 쑤는 중인데
동생이 엄마 산소 가자고 오창에서 건너온댔다는 언니의 전화.
부랴부랴 죽 쑤어서 마침 토요일 저녁부터 와서 진을 치고있는
큰녀석 친구들 네명에 우리가족들까지 점심 챙겨먹이고 준비 끝내니 두시반..
하는 수 없이 병문안은 어머니와 작은 시누이편으로
호박죽 들려보내는 일로 대신하고 언니네로 향했다.
엄마 산소 다녀와서 목요일 언니 생일을 앞두고 미리들 저녁 먹는다는데..
난 어쩔까 하다가 선약을 핑게로 빠져나왔다.
사실 함께 가려던 친구는 급한 일이 생겨서 이미 약속은 깨어진 상태였는데..
날이면 날마다 있는 공연이 아닌데 놓치면 한동안 서운할 것 같아서.
혼자.
예매를 안한 건 확실히 내가 신영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R석 약간과 S석 두어자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매진상태였다.
남은 S석 위치를 보니 모두 맨 가장자리이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R석 맨 앞줄 두번째 자리를 달라했다.
서울 공연은 특석이 12만원인데..
개관기념공연이라 그런지 전국 공연중 대전입장료가 제일 싼 걸로
위로를 삼기로 했다.
메르싸데스 쏘사 아짐 공연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처음은 아닐텐데..
덕분에 내가 지금껏 공연 관람한 중에 제일 거금인 7만원을 지불하고
거의 혼자 다닐 때가 많은 여느때와 같이 용감하게(?) 내자리를 찾아 앉았다.
맨처음 카바티나(디어헌터 삽입곡)가 울려퍼지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전반부에 가느다란 어깨끈이 달린 하늘색 공단 드레스는
뚱뚱하지 않은 그녀 몸의 선을 잘 드러냈다.
(그녀는 후반부에서도 자주색 공단 드레스를 입었다.)
그리고 그녀를 단아한 품위로 이끌어준 다이아 목걸이와 귀걸이와 팔찌..
다이아가 아름답다는 것,
진정한 귀부인에게 어울리는 보석이라는 걸 처음 느낌.
그녀의 목소리는 씨디에서 듣던 것보다 훨씬 청아했다.
내가 본 중에 공명을 이용한 발성을 가장 잘 하는 가수라는 느낌..
자신의 오색빛을 띈 영혼까지 모두 꺼내서 펼쳐 내보이는 듯한,
갸날픈 듯하면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목소리가 무대위에 울려퍼지고,
객석으로 가득차고, 다시 되돌아가는 듯한.
맨 앞쪽 자리는 스피커 소리를 정면으로 맞지 않음으로
거의 자연음에 가까운 소리를 감상할 수 있어
사실 내가 제일 선호하는 자리이긴 하다.
좌석이 지정되지 않은 공연일 땐 혼자서도 용감하게
성큼성큼 맨 앞자리로 전진을 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자연음에서 쏟아지는 공명소리를
어떤 가수에게서도 느끼지 못한 감동으로 느낄 수 있었고,
어느새 난 그녀가 영롱한 소리로 부르는 '얼굴'을 들을 땐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어떤 짐승의 소리나 악기보다도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음성이라고.
진정 입장료가 조금도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다.
이젠 이만큼이나마 문화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게된
대전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나 여태껏 살고있는 것도 참 다행이고.
한동안 많이 가라앉아있는 나를 보고 작은녀석이
== 엄마, 공연이라도 하나 다녀와요.. 했는데..
역시 난 조금 무리해서라도 그런 시간을 마련함으로 숨통을 연다.
어떤 친구는 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넌 가고싶은 곳 다 가고 사는 것 처럼 사는구나.. 할지도 모르지만
삶의 우선순위를 무엇에 두냐에 따라 얼마든지
대부분 사람들에게 가능한 일 아닐까 싶다.
이 정도의 가끔 호사로 살림 기둥뿌리를 망치진 않을테니까.
오랜만에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내 혼자 좋은 밤이었다.
종종 난 이런 류의 내 몫은 결코 양보하지 않고 챙길 것이다.
지루하지않게 내 자리 꿋꿋이 지키고 살기 위해서라도.
炅喜.
|
Water Is Wide
Songs My Mother Taught Me
가을밤
김순남 - 자장가
가을편지
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