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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옥 ㅡ my songs


BY 초록정원 2003-11-11

         요즘 대전 예술의전당 개관 공연기간 중인데,
         신영옥의
my songs 콘서트도 미리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저번날 호세카레라스랑 상암구장에서 공연 한 거.. KBS에서 방송해 줬었는데
         친구들한테만 보라고 광고 싫컷 때려놓고는
         그날은 까맣게 잊은채 콜~~~ 잠 들어버려서

         대전 공연은 기필코 가서보리라 맘먹고 기다렸다.
         얼마 전에 새로나온
my songs 엘범이 다른 때보다 훨씬
         절절한 그리움의 빛깔로 다가온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다.
         역시 난 조수미를 제일로 좋아하긴 하지만
         사람들이 그녀를 세계적인 소프라노라고 하는 이유가
         공연장에 가서 직접 들어보면 확연히 드러날 것 같은 긍정적인 예감.. ^^ 
       
         일요일 아침부터 많이 바빴다.
         동서네 여동생이 병원에 입원을 해서 병문안 가려고 호박죽을 쑤는 중인데    
         동생이 엄마 산소 가자고 오창에서 건너온댔다는 언니의 전화.
         부랴부랴 죽 쑤어서 마침 토요일 저녁부터 와서 진을 치고있는
         큰녀석 친구들  네명에 우리가족들까지 점심 챙겨먹이고 준비 끝내니 두시반..
         하는 수 없이 병문안은 어머니와 작은 시누이편으로
         호박죽 들려보내는 일로 대신하고 언니네로 향했다.
         엄마 산소 다녀와서 목요일 언니 생일을 앞두고 미리들 저녁 먹는다는데..
         난 어쩔까 하다가 선약을 핑게로 빠져나왔다.
         사실 함께 가려던 친구는 급한 일이 생겨서 이미 약속은 깨어진 상태였는데..
         날이면 날마다 있는 공연이 아닌데 놓치면 한동안 서운할 것 같아서.
         혼자.

         예매를 안한 건 확실히 내가 신영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R석 약간과 S석 두어자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매진상태였다.
         남은 S석 위치를 보니 모두 맨 가장자리이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R석 맨 앞줄 두번째 자리를 달라했다.
         서울 공연은 특석이 12만원인데..
         개관기념공연이라 그런지 전국 공연중 대전입장료가 제일 싼 걸로
         위로를 삼기로 했다.
         메르싸데스 쏘사 아짐 공연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처음은 아닐텐데..
         덕분에 내가 지금껏 공연 관람한 중에 제일 거금인 7만원을 지불하고
         거의 혼자 다닐 때가 많은 여느때와 같이 용감하게(?) 내자리를 찾아 앉았다.
     
         맨처음 카바티나(디어헌터 삽입곡)가 울려퍼지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전반부에 가느다란 어깨끈이 달린 하늘색 공단 드레스는
         뚱뚱하지 않은 그녀 몸의 선을 잘 드러냈다.  
         (그녀는 후반부에서도 자주색 공단 드레스를 입었다.)
         그리고 그녀를 단아한 품위로 이끌어준 다이아 목걸이와 귀걸이와 팔찌..
         다이아가 아름답다는 것,
         진정한 귀부인에게 어울리는 보석이라는 걸 처음 느낌.

         그녀의 목소리는 씨디에서 듣던 것보다 훨씬 청아했다.       
         내가 본 중에 공명을 이용한 발성을 가장 잘 하는 가수라는 느낌..
         자신의 오색빛을 띈 영혼까지 모두 꺼내서 펼쳐 내보이는 듯한,
         갸날픈 듯하면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목소리가 무대위에 울려퍼지고,
         객석으로 가득차고, 다시 되돌아가는 듯한.

          맨 앞쪽 자리는 스피커 소리를 정면으로 맞지 않음으로
          거의 자연음에 가까운 소리를 감상할 수 있어
          사실 내가 제일 선호하는 자리이긴 하다.
          좌석이 지정되지 않은 공연일 땐 혼자서도 용감하게
          성큼성큼 맨 앞자리로 전진을 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자연음에서 쏟아지는 공명소리를
          어떤 가수에게서도 느끼지 못한 감동으로 느낄 수 있었고,
          어느새 난 그녀가 영롱한 소리로 부르는 '얼굴'을 들을 땐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어떤 짐승의 소리나 악기보다도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음성이라고.
          
          진정 입장료가 조금도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다.
          이젠 이만큼이나마 문화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게된
          대전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나 여태껏 살고있는 것도 참 다행이고.

          한동안 많이 가라앉아있는 나를 보고 작은녀석이
          == 엄마, 공연이라도  하나 다녀와요.. 했는데..
          역시 난 조금 무리해서라도 그런 시간을 마련함으로 숨통을 연다.        
          어떤 친구는 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넌 가고싶은 곳 다 가고 사는 것 처럼 사는구나.. 할지도 모르지만
          삶의 우선순위를 무엇에 두냐에 따라 얼마든지
          대부분 사람들에게 가능한 일 아닐까 싶다.
          이 정도의 가끔 호사로 살림 기둥뿌리를 망치진 않을테니까.

          오랜만에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내 혼자 좋은 밤이었다.
          종종 난 이런 류의 내 몫은 결코 양보하지 않고 챙길 것이다.
          지루하지않게 내 자리 꿋꿋이 지키고 살기 위해서라도.

          炅喜.

 

 


 



소프라노 신영옥이 크로스오버 음반 <My Songs>를 발매했다. <My Songs>에는 한국적인 레퍼토리가 다수 수록되어 있는데, 이 음반을 녹음하며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신영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내지에 적힌 대로라면 이제 박태준이 작곡하고 이태선이 작사한 ‘가을밤’이 흘러나올 차례였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반주도, 혹은 피아노 반주도 들리지 않는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니 낮고 낮은 음성으로 누군가 ‘가을밤’의 앞 소절을 읊조리듯 부르고 있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구슬픈 목소리.

가을밤 외로운 밤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 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신영옥의 새 음반 〈My Songs〉에는 여러 가지 노래가 실려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노래를 편곡하여 부른 레퍼토리들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특히 ‘가을밤’의 앞부분은 반주 없이 신영옥의 구슬픈 목소리만으로 연주된다. 그녀의 표현을 따르자면 밤새 어머니가 그리워 울며 잠들었다가 잠에서 깨자 마자 울먹이듯 부르는 그런 노래였다. 음성이 매끄럽게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서글프고 마음에 와 닿는 그리움의 노래였다. 신영옥은 이 노래를 한번에 끝까지 노래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미 10년 전에 세상을 떠나고 없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아직도 그녀의 가슴속에 남아 있었다.

그녀가 추억하는 어머니, 어머니
‘가을밤’을 녹음할 당시에는 한 달이 넘도록 한 구절을 넘어가지 못했다. 노래의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사무쳤던 까닭이다.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이 나오면 마루 끝에 앉아 별만 셉니다’라는 구절을 노래할 때면 어머니 생각이 나서 너무 슬펐어요. ‘가을밤’ 노래를 부르면 1960년대 후반 내가 초등학생 시절 힘들었던 그 옛날의 일이 떠올라요. 그때는 다들 힘들게 살았죠. 학교에는 재래식 화장실이 있고, 옥수수 빵을 먹던 시절…. 문방구에 가면 피넛 버터를 손으로 한번 찍어 먹는 데에 5원을 내야 했던 그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고무줄을 하고 놀던 아이들의 모습도 생각나구요.” 이렇듯 동요 ‘가을밤’은 그녀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불러일으켰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나를 KBS 방송국에 데려다 주시기도 하고 노래도 가르쳐주시곤 했죠. 또 새벽이면 혼자 있기 무섭다고 종종 베개를 들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방으로 찾아가기도 했던 일도 생각나네요.” 녹음하면서 엉엉 울기도 하고, 하도 울음이 그치지 않아 마치 어머니가 옆에 있는 듯 혼자 어머니를 향한 독백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이렇게 말하기도 했어요. ‘엄마, 내가 이렇게 힘들게 노래하는 게 엄마가 너무 그리워서 그런가봐’라구요.” 평소에 어머니 꿈을 왠만해서 잘 꾸지도 않는데 얼마 전에는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음반 녹음이 모두 끝난 후에는 집에 가서 어머니 사진을 모두 꺼내 들고 한참을 바라보며 울고 또 울었다. 그녀는 그런 자신을 두고 막내라서 어머니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까닭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Mother of Mine’이라는 곡에는 ‘나는 이제 다 컸어요. 나 스스로 똑바로 걸어갈 수 있지요. 이제는 내가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어요. 당신이 내게 주었던 모든 것들을’이란 가사가 나오지요. 그 가사도 내내 마음에 걸리더군요. 나는 이제 어머니한테 좋은 것을 많이 해 드릴 수 있는 위치가 되었는데 어머니는 곁에 계시지 않으니까요.”

그녀는 얼마 전 파리에서 제임스 콘론의 지휘로 현대 오페라 하나를 연주했다. 하지만 파리 시내를 걸으며 어머니에게 이 좋은 광경을 보여드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서글펐다고 했다. 그녀에게 이토록 그리움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어머니는 살아 생전에 늘 열심히 살고 고생도 많이 한 그런 안쓰러운 모습으로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고생도 많이 하셨지만 어머니는 열심히 사는 분이셨어요. 그토록 열심히 사는 사람은 아직까지 살면서 보질 못했죠. 성격이 여장부 같으셔서 잘못된 게 있으면 거침없이 나서서 지적도 할 줄 아는 그런 분이셨어요. 또 힘든 시절을 지냈기 때문인지 검소하기 이를 데 없었구요.”


이어서 그녀가 자랑하듯 꺼내놓는 어머니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른다. 그녀의 어머니는 대통령의 날에 저축상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근검 절약하는 분이었다. 고운 막내 딸을 위해서라면 백화점에서 옷을 사줄지언정 자신의 옷은 그옛날 남대문시장에서 값싼 옷가지만 사입고 만족해한다는 그녀의 어머니. 싼값에 산 옷을 들고도 그렇게나 좋아라 하던 그녀의 어머니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그래서 지금도 한국에 잠깐 들를 때면 남대문시장에 그렇게 가보고 싶어요.어머니 손잡고 시장을 구경하던 기억도 나고 길거리에서 먹거리를 사먹던 생각도 나요. 백화점보다 더 정겹게 느껴져요.” 




신영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소 소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런 그녀를 항상 다그쳐 왔다. 오래 전 한국에서 첫 독창회를 갔던 일도 그랬다. 당시 어머니는 ‘아무리 큰 무대에 서면 뭣하겠느냐. 한국에서 연주회를 해야 하지 않겠니.’라며 신영옥에게 여러번 권고했지만 그럼에도 신영옥은 독창회를 왠지 자꾸 미루고 싶었다. 더 잘 준비해서 하고 싶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나중으로 미루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며 한사코 그녀를 한국 무대에 세웠다. 그녀의 어머니가 마련해 주신 첫 내한 독창회 무대는 어머니가 신영옥을 무대에서 볼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가 되어버렸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랑 별로 함께 지내지 못했어요. 큰 무대에 서는 모습도 본 적이 없으셨죠. 그렇지 않아도 ‘조금만 기다려라. 그러면 엄마가 해외 연주 활동하는 데에 다 따라다니며 지원해 주겠다’라고 하신 분이셨는데 말이죠. 어머니는 글쎄, 돌아가시던 그 새벽에도 나랑 함께 다니겠노라는 약속을 지키려고 영어 공부를 하고 계셨어요.”



크로스오버 음반을 내다.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얻은 것도 있다. 상대적으로 아버지와 더욱 가까워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번 음반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도 아버지께 먼저 말씀을 드렸다. “아버지가 워낙 고지식하셔서 ‘글쎄다…’라고만 하시더군요. 하지만 전화로 수록곡을 여러 번 들려드렸더니 아버지도 마음에 들어하세요.” 그녀가 크로스오버 음반을 낸 데에는 최근의 클래식 시장 협소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 되었다. 아무래도 음반사측에서 클래식 음반을 내는 위험 부담을 감당하기 꺼려하는 까닭이다. “물론 나도 클래식 음반을 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내 소리로 이렇게 다양한 색깔을 표현해 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과연 신영옥의 이번 음반은 제법 완성도 있는 크로스오버 음반으로 탄생했다. 레퍼토리 선정 자체에도 ‘한계령’·‘가을 편지’를 비롯한 국내 가요와 ‘가을밤’·‘별’ 등 한국적인 레퍼토리를 다수 수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물론 각 작품은 화려한 세션진들과 훌륭한 편곡자들의 손을 거쳐 색다른 맛을 지닌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했지만, 그럼에도 한국적인 레퍼토리들은 그 고유의 맛을 잃지 않았다. 크로스오버 음반 중에서 한국적인 정서가 이렇게 정겹고 아름답게 마음에 와 닿도록 기획된 음반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신영옥의 음반은 많고 많은 크로스오버 음반 중에서도 비교적 자신의 색깔을 잘 표현한 괜찮은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한계령’이나 ‘가을 편지’와 같은 노래들은 스무 해 넘도록 미

국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로서는 전혀 들어본 적 없는 그런 노래였다고 한다. “잘 모르는 곡이다 보니 아무래도 녹음할 때 어색하더라구요. 하지만 프로듀서인 하종욱 씨 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스스로도 많이 연구했습니다.” 그녀의 철저한 준비 때문인지 ‘한계령’과 ‘가을 편지’가 썩 나쁘지 않다. 특히 ‘한계령’은 작곡을 전공한 최희정이 편곡을 맡았고,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부른 노래였는데, 반주 자체도 감미롭고 편곡도 자연스럽다. ‘가을 편지’는 김민석이 편곡을 담당했고, 기타리스트 이성우의 기타와 신영옥의 노래로만 연주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재미있는 레퍼토리는 ‘애니 로리’이다. “나는 그냥 성악적으로 편안하게 노래한 반면, 반주는 완전 팝처럼 연주되었지요. 개인적으로 체조 음악 같기도 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녀의 말대로 ‘애니 로리’는 제법 비트가 강하게 드러나고 일렉트릭한 사운드로 표현되었는데, 그녀는 마치 디스코 음악같이 들렸다고 했다. 이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음악이 전에 없는 편곡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여기에는 편곡자 한충완과 강호정의 역할이 컸다. 이외에도 이 음반에는 다양한 세션과 스태프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가을밤’과 같은 곡에서는 강충모가 피아노 반주를 맡았고, ‘산길’에서는 최근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로 변신한 박종훈이 편곡과 피아노 반주를 맡았다. ‘Deep River’에서는 재즈 색소폰 연주자 손성제가 편곡을 맡았고, 김상진이 비올라 연주를 맡아 한충완(피아노)과 함께 출연한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이 음반은 해외 곡인 경우에는 에번스 미라지스(Evans Mirageas)가, 한국 곡인 경우에는 하종욱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음반 작업을 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었을까? “전체적으로 일반인들도 따라하기 쉽게 하도록 음역을 낮추는 바람에 소리내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또 노래 부르는 도중에 너무 슬퍼서 우느라 녹음을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었구요. 또 영어 딕션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영어로 된 오페라 작품만을 담당하는 코치에게서 직접 수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최근 신영옥은 파리에서 연주를 잘 마쳤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요. 현대 작품이라 잘 모르겠고 어려워 보였거든요. 파리에 도착하고 나서도 계속 어떻게 하면 연주를 안 할까 하는 생각만 했다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신영옥은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뚜렷한 음악적 영역을 고수하며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는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탓에 우리는 특정한 몇몇 역할만으로 그녀를 기억한다. 예를 들어, 〈피가로의 결혼〉의 수산나, 〈돈 조반니〉의 체를리나, 〈코지 판 투테〉의 데스피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 등이 그녀가 우리에게 그동안 꾸준히 선보였던 역할이었다. “그런데 말이죠, 얼마 전에는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요술 피리〉의 밤의 여왕 역을 제의해 왔지 뭡니까. 파미나 역이면 몰라도 밤의 여왕이라니…. 밤의 여왕 역을 맡아 잘해 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는데도 말이죠. 나한테는 파미나 역이 가장 잘 맞는 역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에서는 〈라 보엠〉의 미미나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성악가를 주로 파미나 역에 기용하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지 않을까? “도니체티의 〈돈 파스콸레〉 중 노리나 역이나 〈연대의 아가씨〉 중 마리 역 정도는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녀는 언제나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자신과 잘 맞는 역할인지 따져본 후 신중하게 결정하고, 절대 아무 무대나 서려고 하지 않는다. 요즘같은 시대에 이런 절제와 중용의 미덕은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한 사례인 듯하다. “많이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한테 가장 잘 맞는 역할을 찾아서 최선을 다해 연주에 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녀는 한번 역할을 맡으면 예전의 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 겸손한 자세로 작품을 연구한다. 그녀의 성격상 자만심에 빠져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는 일에 소홀해지는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듯싶다. 그래서 우리는 신영옥을 더욱 신뢰하는 것이 아닐까. “올해는 리사이틀도 준비하고 있고, 〈리골레토〉 공연 리허설도 막 시작한 터라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마냥 막내둥이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 보이던 신영옥은 어느새 활력 넘치고 의욕적인 그녀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피곤할 때면 작년에 삐었던 다리가 약간씩 아파 오기 때문에 건강 관리를 위해 요즘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는 그녀. 인터뷰 당시 곧 프라하에서 연주회가 있을 예정이라며 열심히 공연에 대해 설명해 주는 그녀는 어머니의 그리움을 가슴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안쓰러운 막내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무대에서 자랑스럽게 그 위용을 뽐내는 정력 넘치는 대연주가의 모습이었다. 그녀의 활기찬 연주 활동 그리고 그녀의 삶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글|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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