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옥상은 남편의 유일한 놀이터이다
날이면 날마다 올라가 혼자 마음껏 무얼
하든지 놀기에~~
처음엔 옥상 한쪽 구석만 텃밭으로 활용을
하더니 어느 땐가부터 옥상의 세면에 샌드위치 판넬을 이용해 폭 5,60cm 높이 1m쯤의 화단겸 텃밭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1층 약국에서 나오는 한약 짜고 남은 찌꺼기는 훌륭한 비료가 되는지라 수시로 그걸 기중기를 이용해 실어올려 열심히 발효시킨다
흙과 적절히 비율을 맞춰 놓은 그 텃밭에
채소를 심으면 한약 찌꺼기에서 영양 공급이 잘 되는지 싱싱하고도 튼실하게 잘도
자라난다
그러니 봄만 되면 채소 모종 사러 가는 게
텃밭 농사의 시작임을 알린다 집앞의 산을 넘어가 봉지봉지 담긴 모종을 들고 오는 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차가 있을 땐 휭허니 다녀왔는데 남편이 면허를 반납하고 나서는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버스를 타기도, 그렇다고 택시를 타기엔 아주 애매한 거리라서 더욱이나 지름길인
산을 넘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올봄에 가지, 고추, 방토, 깻잎을
심었는데 농고 출신답게 정말이지 하루가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도록 잘도 키운다
우리 두 사람이 먹는 양은 한정이 되있는데 걔들은 그런 사정 아랑곳 없이 자라나니
그걸 어찌 처리하는지가 내게는 대략난감이다
고추도 몇포기 되지도 않는데 어찌나 실하게 빨갛게 익어가는지 냉동실에 더 이상 둘 곳이 없을 지경이다
원주갈 때 동생 가져다 준다고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 두고도 넘쳐서 1층 약국에도, 2층 아동센터에도 갖다 주니 좋아라 한다
깻잎은 또 어찌나 크게 키웠는지 한 장이
거짓말 안 보태 아기얼굴만큼이나 커서
징그러울(?) 정도이다 마트에서 파는 건
여리여리 연하고 크기도 적당하니 부담이
없더만...
남편이 깻잎간장절임을 좋아하니 양파 켜켜이 넣고 한 통 해놓음 며칠만에 금방 다 먹곤한다 가지도 아침마다 따주면 찜기에 쪄서 무쳐 가지나물을 해서 먹다먹다 지쳐
남편이 4등분 한 걸 옷걸이에 걸어 말려 놓은 것들이 또 주렁주렁이다
방토도 대추방토와 동그란 거 몇 포기에
일반 토마토 두 포기를 심었는데 그것도
아침마다 샐러드에 몇 개씩 넣을 뿐
일부러는 잘 안 먹게 되니 이 또한
나로선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다
텃밭에서 기르는 건 좋은데 식구가 둘뿐이니 그 양을 다 소화할 수가 없다
오늘도 올라가 보니 고추를 열린 것만 따고
다 뽑아 잎은 고추나물 하라고 한 봉지를
담아 준다
나야 원체 기르는덴 소질이 없는지라
따 먹기만 하는데도 지친다
이제 화초만 남기고 가지, 토마토, 고추는
다 뽑아 버렸으니 내 고민 아닌 고민도
오늘로 끝이다
휴~~우, 내년엔 또 얼마나 채소들과
씨름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