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가을이다.
아침의 싸아한 공기는 폐를 맑게해주고
한낮의 태양은 아직은 추워할때가 아니니 움츠리지말라고
기운을 내게해주는듯 싶다.
남들보다 자식농사가 늦은탓에
이제야 초등3학년이 된 딸아이가 반장을 맡고
더불어 나도 어머니회장을 맡았다.
치맛바람이란건 나에게 어울리지도 않는데...
딸아이 학교를 드나들면서
운동장가에 서서 넋을 놓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 꼬막같은 손을 붙들고 입학식장에 들어설때도
콧날이 시큰했었다.
왠지 내품을 떠나보내는듯한 마음과 뿌듯함이 뒤섞이면서
서운했었던가보다.
며칠후면 있을 학교 축제때문에 또 운동장을 찾았다.
여전히 스탠드 발치에 서있는 나를 보았다.
어린시절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교정이 떠올랐다.
운동회때마다 달리기에서 늘 꼴찌만 하던 내게는 너무나 원망스럽게도 넓어보였던 운동장...
그리고 한쪽 구석에 우뚝서있던 낙타 동상 하나...
남자애들은 낙타등에 오르려고 안간힘을 쓰며 발돋움을 해댔었다.
하지만 미끈한 다리로 버티고 선 낙타는 쉽사리 아이들의 등반을 허락지않았다.
꿈속에서 가끔보이던 낙타가 궁금해서
어른이 된후로 학교를 찾아간 적이있었다.
어릴땐 그렇게 높아보이던 담장은 고개만 디밀어도 학교안이 훤히보였고
뜀박질할때마다 힘들었던 운동장은 아주아주 작았다.
고개를 돌려 낙타가 서있던 자리를 확인하던 나는
그 옛날 늘씬한 다리로 섰던 낙타대신
왠 노새한마리가 초라하게 서있는 것을 보았다.
비바람에 풍화되어 푸르스름한 녹이 끼고 너무도 볼품없어져버린...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가 돌아서왔던 그날...
괜히 갔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딸아이의 학교운동장에는 낙타같은 것은 없지만
수없이 지나다녔을 아이들의 발자국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습으로 모래속에 찍혀있다.
그 어딘가에 어린시절 내 모습이 들어있을 것만 같고...
우리세대와는 비교도 안되게 모든것이 풍족한 요즘아이들이지만
내가 그랬고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훗날에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에서만은 널따란 운동장과 커다란 낙타를 기억할수있는
추억의 교정으로 간직할수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