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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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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마음 (이야기 40 )


BY 명자나무 2008-06-28

자기야~"라고 부를때는 여자 손님중에서  나이는 엇 비슷하지만  친구먹기엔 조금 

어중간한 사이일때 쓰는 호칭입니다.

 

오늘도 도시락은  펴보지도 못 하고 냉장고로 들어갔습니다.

벌써 며칠 째 "자기야~" 가 와서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 합니다.

그 동안 왕 돈까스도 먹었고 콩 국수도 먹었습니다.

지난 번에는 쫄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시켰는데, 양이 많아서 한 개만 시켜도 되겠구만

배달 이라 두개 시켜 남겼는데 정말 아깝더라구요.

매일 얻어 먹을수도 없고, 싸 온 도시락은 찬 밥 신세가 되고,

이래저래 머리 복잡 합니다.

 

 

멋진 곳에가서 한 방에 갚아야지 벼르던 중이었습니다. 

아침부터 한가하길래 아직 출근 안한 자기야~ 한테 전화 걸어  얼른 나오라고

큰 소리 쳤습니다.

 

택시를 타고 거창하게 나서니 어안이 벙벙 해서 따라옵니다.

그런데 택시비를 내려고 보니 카드만 챙겼지, 천원짜리 두어장 밖에 없는 겁니다.

참 내~ 모냥 빠지게시리~

그래서 결국 택시비 넘겼습니다.

 

택시까지 타고 간 곳은 지난 번에  갔었던,  한 사람은 공짜로 먹을수 있는

쿠폰을 알뜰히  챙겨온 샐러드바 입니다.

알록달록한 샐러드바에 입성을 하니 어리둥절 한가봅니다.

 

하긴 얼마전에는 뜬금없이 원두커피가 먹고 싶다며 다방을 가자고 하길래

무슨 올~드하게 다방이냐고...

원두!하면, 던킨 도너츠 커피가 싸고 맛 있지만 , 울 동네엔 없으니  가까운 **리아 가서 먹자고

끌고 갔더니 처음 와 봤다면서 햄버거셑트에 팥 빙수,치즈스틱 까지 왕창 사가지고 와서 먹었더랬습니다.

먹긴 잘 먹었지만, 에효~... 살은 우야노.

 

 식탁을 골라 앉으니 무슨 식당이 백화점 같다며 살짝 촌티를 풍깁니다.

접시를 들고 , 귓속말로, 아주 여러번 올거니깐 많이 담지 말라고 일러주었어도

알 밥을 보더니  수북하니 담는 겁니다.

우리 할머니 말씀이 잔치집에가서 밥 많이 먹으면 미련하다 했는데.

 

원님덕에 나팔분다고, 금방 나온 스파게티며,닭 가슴살 냉채, 노란 단 호박 샐러드,

그리고 요것 조것 샐러리들...을 보더니 풀을 좋아해? 합니다.

자기는 이런 느끼한 음식은 좋아하지 않고 된장찌개 청국장 , 요런 토속적인 음식이 좋다고 하니.

괜히 미안해집니다.

걍 ~ 옆집가서 찌개 백반이나 사줄걸...

 

그 맛있는 것들을 다 냅두고  오로지 알 밥과 부르콜리 스프를

두 번씩이나 날라다 먹더니 배가 부르다며  사이다를 먹겠다는 겁니다.

끙~ 그건 따로 국밥인데. 

쏘는길에 쏜다. 사이다 시켜줬습니다.

 

호두같이 생긴 열대 과일 서너개와 수박 , 파인애플 복숭아를 가져왔으나

다른 과일은 거들떠도 안 보고 열대과일(이름이 "리치")에 올인 하길래.

몇개 훔쳐주는 대담함도 보였습니다. 후덜덜~

 

이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실차례에

잠깐 나갔다오겠다며 무작정 말릴새도 없이 휘딱 나가버리는 겁니다.

참~내. 끈떨어진 뒤웅박마냥 처량하게 홀로 커피를 마시면서

이게 뭔 일이래?

 

한참 만에 나타났길래. 좋아하는 원두커피 마시라고 했더니

가게 너무 오래 비웠다며 빨리 가자고 합니다.

하긴 그렇긴하지.

 

계산서를 가지고 카운터에 가서 막!! 쿠폰을 꺼내려는 찰나,

자기야~가 무슨 돈을 내느냐며 막무가내로 밀쳐내길래 연약하게  밀렸습니다.ㅡㅡ;;

그런 와중에 쿠폰이라도 내 놓을려다보니.

갑자기..

망설여지는 겁니다.

자기야~가 쿠폰세대가 아니 관계로 ,이걸 써 먹을려고 여기까지 왔구나.

이런 오해를 하면 어쩌나 싶어서, 그냥 나오던 손을 들이밀었습니다.

 

가게 문까지 닫고 이렇게 좋고 비싼 집에 데리고 온게 너무 고마와서,

일부러  은행까지 가서 돈 찾아가지고 왔다는데.

쿠폰 내밀어 값 내리기가 좀 거시기하더라구요.

스스로 생각해도 내 마음이 얍삽하긴 합니다.

 

그나저나 이제 쿠폰을 쓸수도 없고, 무엇으로 이 신세를 갚아야할지.

참말로 사서 고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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