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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여자 (21 )
BY 명자나무 200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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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호프와 치킨을 파는 가게를 하고 있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출근해서 청소하느라 법썩을 떠는 나와는 다르게 늦은 오후에 출근해서는 가게 문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주먹 만한 자물통을 열기도 전에 우리집 문을 열고 고개를 삐죽이 디밀은 후에는 항상 똑 같은 말로 "자기야? 나 왔어" 한다. 일단 보고를 끝낸 다음에야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선풍기로 환기를 시키면서 청소를 한다.
자신의 고상함을 널리 알리고 싶은지 항상 틀어놓는 음악은 당췌 나로서는 알아 들을수도 없는 이상한 클래식이나 올드 팝송을 커다랗게 틀어 놓는다. 물론 손님이 들어오는 시간인 7~8 시 쯤이면 나훈아 노래나 조용필노래가 아니면 끈적한 여자가수의 트로트 노래가 흘러 넘친다.
일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 나면 입만 달랑 가지고 들어와서는 "자기야..커피먹자, 자기야 오늘은 녹차 먹을까?" 손님이 없어서 한가할때면 같이 마시기도 하고 , 바쁠때면 혼자서 먹고 나서는 꼭 드라이를 하느라고 소리가 요란하다.
처음 가게를 인수했을때, 본인은 앞 머리만 드라이 하는데 먼저 하던 마장원 언니 한테는 마음에 안들어서 하다가 말았다고 했었다. 옆집이라 돈을 받기도 민망 해서 취향에 맞게 스스로 머리를 만지라고 했다. 저녁마다 손님이 계시거나 말거나 드라이를 하느라고 번잡을 떠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조금씩 불편해져 가지만 내색하지 못했다.
며칠전부터 파마를 해야 한다고 노래를 하고 다닌다. 노래하다 꾀꼬리 되기전에 머리나 볶자고 하니 오늘은 시간이 안되고 내일 모레에 하자고 예약까지 했다.
어제따라 굵은 빗줄기가 땅 바닥에다 통곡을 해대니 손님이 뜸하다. 저녁마다 부산스럽게 드라이 하던 그 여자가 안오니 유난히 한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드라이 하러 안와?하며 그 집 문 을 열으니 어느 미용실 가서 파마를 하고 왔는지 라면가닥처럼 꼽슬꼽슬한 머리를 하고서는 민망한듯이 게심치레 웃음을 흘리고 있다.
잠시 어색한 웃음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미움 덩어리가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 길어 올리듯이 출렁출렁 올라오고 있다.
공짜로 하는 드라이는 방아간 기계 돌아가듯 요란하게 써놓고 막상 돈 되는 파마는 어느 집에가서 하고 온거야?
"어디 우리 집 에 와서 드라이만 해 봐라." 오늘도 그 여자만 나타나면 뽀족한 송곳같은 마음으로 말없이 뒷통수를 흘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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