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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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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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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산은 푸른데


BY 다정 2004-07-08

1학기 기말고사가 오늘에야 드디어 끝이 났다.

두려움에 맞이 하던 작년에 비하면야 이젠 도?가 트일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농담삼아 점수 얘기를 할 정도인걸 보니 안심은 되지만

아침에는 아이보다 엄마가 더 마음이 콩닥거렸다.

몇 번의 시험에도 그저 멀거니 구경만 했었는데

올것이 오고야  말은 것이 시험 감독을 하게 된 것이다.

 

신학기가 되면 학교의 사정과  한해 동안 함께 하실 담임 선생님이 궁금하기도 하여

학부형회에 참석 하는 것을 으례히 할 몫으로 여겼었는데

그게 몫으로만 끝이 아니라 일년 동안 여러모로 학교에 협력을 하겠다는

모종의 약속을 한다는 것임을 올 이년차에 확실히 느끼는 바가 크다.

마음은 바쁘고 정해진 시간은 촉박하고

아이가 정해준 옷(평범하고 눈에 절대로 띄지 않는 수수한 옷)을 입고서

화장을 하려니 손끝이 떨리는 것이 무슨 면접을 보러 가는 것도 아닌데.

정문까지 태워준 남편이 그런다.

"옷이 왜 그러냐?"

"어..이것 입고 오라카네..자식이 뭔지."

"애 말은 그저 껌벅 죽는 구만.."

그 말에 그냥 투방스럽게 한번 흘기고는 얼른 소강당으로

내달르는데 발이 헛디뎌 지기도 한 것이 아무튼 참 우습기도 한 등교였다.

 

하필이면 담임과 같은 교실을 맡게 되다니(거의 반년만이니)

시험지와 답안지를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나눠 주는데

(제발 침 묻히지 마)란 아이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은행원처럼 좌르륵 펴고 헤아릴려니  것도 손에 익지 않아

대충 나눠 주었더니 몇 장은 다시 내 손에 돌아오고

신고식 한번 힘들게 한다 싶었다.

 

꿀떡 삼키는 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아이들은 시험에 빠져 들고

멀뚱이 뒤에서 등판을 주시하던 내 눈과

담임의 눈이 엇갈리는 순간 둘이 멋적게 웃음을 허공으로 부딪히고

얼마나 떨리고 긴장되었으면 자꾸만 답안지의 교환을 원하고

마칠 시간은 임박한데

'저걸 어쩌나 울 딸도 저러고 있지는 않나'

가슴 밑이 저려 오는 것이

기도 소리가 절로 나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집에서 대충 기다리며 아이의 결과만 닥달하였던 몰인정함에

절로 미안함이 들고

물론 그러한 과정이 어디 이 아이들만 해당하겠냐마는

모든 것이 정지된 그림처럼

바람에 실려 온 파래맛 같은 공기도

비가 멎어 그 푸른 이파리가 눈에 헤아릴 정도로 다가온 산도

무의미하게만 여겨지고 오직 형상화 되어 가슴을 파고 드는 것은

답안지에 매달리며 숨을 모으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만이 존재하고 있는 듯이 여겨졌다.

 

세시간에 걸친 시험감독은 말에서 풍겨지는 엄한 것보담

내 아이와

세월이 이렇게 변했건만 아직도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지금의 교육여건과 정지된 현실에 그저 풀지 못하는 숙제만 받아 온 느낌이 들었다.

 

내신 반영으로 인해 혹시나 있을 불미스러운일을 대비하는 목적으로

아이들을 감시?하는 불신의 그물을 치고

헐떡이는 그 숨소리를 모른 체 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는지.

개울을 지나 강으로 어느 날 양쪽에 무언가를 펄럭이고 보니

끝간데를 알수 없는 대양의 한가운데로 나아갔음을 스스로 느끼게 할수 있는 여건은

고사하고

몇 점의 점수폭으로 아이의 인격이 서열되어지던 70년대 어두운 교실의 모습 그대로를

허울좋은 2004년의 오늘은

불량 사탕을 먹었을 때 입 안쪽에 슬그머니 자리잡던 종기처럼 닮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