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좀 다오"
"이 시간 쯤 되면 왠지 가슴도 뛰고 술 한잔 마시고 잘련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버지는 밖에서 담배를 피우시고 들어오시면서 술을 찾으신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난 조금이라도 시간을 늦추기 위해 아버지의 눈치를 보면서 아주 천천히 술상을 차린다
술상이라고 할 것도 없다
밥도 거의 안 드시고 안주로 드시는 음식도 거의 없기 때문에 내가 먹을 저녁과 두부와 김치로 상을 차린 후 거실로 간다
"너도 마시게?"
"네"
"아이고 이쁜 것"
이렇게 80인 아버지와 50대인 딸은 술잔을 기울인다.
엄마가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시는 바람에 아버지롤 혼자 놔 둘 수가 없었다
우울증과 알콜 의존증에 드시는 음식이 거의 없는 울 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늦은 아침에 일어나셔서 마당에서 담배 피우시면서 집 앞에 펼쳐진 시골 풍경 보시고 거실에서 티비 보시기를 두 세 번 반복한 후, 늦은 오후부터 술을 찾으시고 술을 두 병 가까이 드신 후 당신 방으로 들어가셔서 주무시는 것이다.
아버지의 아무 감정도 없는 듯한 눈빛에 가슴이 쿵하고, 밥을 한 숟가락이라도 더 드시게 할려고 밀당을 하고, 술을 조금이라도 적게 마시게 할려고 머리를 굴리는 순간순간 '내 아버지가 이리 무너지고 계셨구나' 라는 생각에 울컥하면서 올라오는 감정을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 곁으로 온지 일주일만에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