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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 태워 줄래?


BY 뜰에비친햇살 2006-05-29

      "나 제주도 좀 보내줄래?" 지난달, 친정엄마가 전화를 하시어 뜬금없이 제주도엘 보내 달라고 하셨다. 갑자기 왠 제주도 타령이냐고 하니 노인회에서 단체로 함께 갈 사람을 모으는데 싸게 갈 수 있으니 보내 줄 수 있냐는 말씀이었다. 실은 나도 비행기란걸 몇해 전 처음으로 타 보았다. 시동생이 장기근속 선물로 해외여행 경비가 회사에서 나왔는데, 형수님 신혼여행때도 비행기 못탔는데 같이 제주도나 가자며 고맙게도 우리 식구와 같이 가기를 종용해 시어른, 친정어른들께도 말씀을 드리지 않고 두 식구끼리만 몰래 다녀온적이 있었다. 그 뒤론 친정엄마에겐 늘 미안한 마음이라 그때 찍었던 사진도 바로 보여드리지 못했었다. 시어른들은 그나마 계에서고 어디에서고 두어 번 제주도엘 다녀오신적이 있었지만, 친정엄마는 비행타고 하는 나들이는 한번도 한 적이 없으셨기 때문이었다. 그 뒤부터는 제주도 얘기를 지나가는 말을 하듯 누구 엄마가 비행기타고 제주도에 갔었다는데 '무섭구로 우째 뱅기는 탔것노??' '그 무거운 쇠덩어리가 우에갓고 하늘에 떠 가는긴지 참말로 신기하데이~' '에고 무시라... 쩌~~어 우에서 뚝~~ 떨어지면 우째되노?' 이러시며 부러운듯 말씀하시는게 몇번이나 걸렸었다. 그럴때면, 어찌해서라도 보내 드릴테니 다녀 오시라고 하면 '내가 무신 뱅기를 타노~ 나는 무서버서 몬탄다~' '타고 가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시체라도 찾것나?" 이러시며 너 사는 것도 편편찮은데 내가 쓸데없는 소릴했다며 슬며시 말을 돌리시곤 했었다. '무섭기는 뭐가 무섭소' '그 비싼 쇳덩어리가 쉽게 떨어질 것 같으면 아무도 안 타고 다니것네' '저 먼 바다 건너 미국 가고 중국 가고 허구 한 날, 비행기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어찌 다닌다고 그런 소리 하는교?' 했었는데 이번에는 무슨 생각이 동하셨는지 그런 소릴 하시는거다. 무척 가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다녀오세요" "요새 가면 꽃피고 새 울고 바람 따뜻하고 좋겠네~" "니가 돈이 되것나?" "돈 걱정 말아요, 알아서 해 줄께" 허긴, 돈은 늘 지갑에서 말라 있다. 얼마 안되는 돈이 들어와도 여기 들어가고 저기 들어가고 열흘도 안되어 먼지만 툴툴 날리는 날이 허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 안 보내드리면 언제 보내드릴까 낼 모레면 칠순인데...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조금 더 지나면 기운 없어서도 못 다니시지... 이번에 안 보내 드리면 후회하지 싶다...하는 생각이 쏴~악 스쳤다. 다행이도 옆지기의 수입이 두어달 전부터 통장에 들어온다. 수입이래야 큰 돈도 아니고 또 얼마나 지속될지도 모르지만, 몇 달이나마 당분간은 보장되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으다. 이튿날, 친정엄마와 함께 노인회에 같이 가서 접수를 해드리고 차를 돌려 오는데 형편을 아시는지라 미안하셨든지 말이 없으셨다. 그렇다고 나도 살가운 딸이 아니라 그런 순간에도 뭐라 종알거리질 않는다. "엄마 딴데 갈데 있어? 집으로 가면 돼?" 차안에서 여 가수의 짠짜라가 신나게 울릴 뿐이었다. "어데로 가노? 집에 안가나?" "엄마 우리 보리밥이나 먹고 갑시다" 한참을 가다가 획하니 차를 돌렸다. "니 배고프나, 아까 노인회관에서 한그릇 먹을껄 그랬나?" "거기서 내가 우째 먹어..." "그래... 하긴 나도 배가 좀 고프더라..." "아침도 쪼메밖에 안묵어서 그런가 아까 쪼께 어지럽더라" "진작에 배 고프다 하지 그랬어...이집이 그래도 젤로 맛있네" "그래, 전에 그 집보다 진짜 맛있다" "전에 그 집은 엄마가 가자 해서 가긴 했는데 사실 맛은 없었어" "여행 가기 전날 가방 챙겨드리러 갈테니 저녁엔 어디 나가지 마셔유" 우리 모녀는 늘 얘기 꼬투리가 터져야 대화가 오간다. 두둑하니 부른 배를 두드리며 돌아오는데 내심 부담을 준듯 생각이 드시는지 자꾸 걱정이셨다. . . . . . 엄마... 비행기 타 보니 어떠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