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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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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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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일


BY 뜰에비친햇살 2004-11-29

    일요일,
    남편도 출장 중이고 해서
    간만에 늘어지게 단잠을 자리라고 생각을 했건만...
    오전 아홉시가 조금 넘은 시간 띠리리~~~
    시어머니가 걸어 온 전화벨 소리에 단잠을 깼다. 
    
    "야~야~ 오늘 저~어기 고향 웃 마을 큰집의 잔치가 
     12시에 구미에서 있는데...
     니 피곤할텐데... 
     휴일이라도 바쁠텐데...
     괘안켔나?"
    
    "아... 예 예..."
    
    "11시 차 타고 갈테니 시간 마차서 정류장으로 나올래?"
    
    "아... 예 예..."
    
    허겁지겁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어젯밤에 싱크대에 던져 두어 그냥 쌓여있던 설겆이를 하고
    세탁기에 빨래를 돌려 널고, 머리를 감고, 청소기를 돌리고...
    그렇게 부산스럽게 준비를 하는데도 
    아둘 두놈은 잠 속을 헤매고 있다. 
    
    매일 늦은 잠을 청하는 작은놈을 억지로 깨워서 세수를 시키고 
    따라 가지 않겠다는 큰놈에게 세수하고 국을 어떻게 데워서
    무엇이랑 아침을 챙겨 먹으라고 당부를 하고
    허겁지겁 시어른과 시고모까지 도착 해 계시는 정류장으로 갔다. 
    며느리가 운전이라도 하니 뻣뻣한 아들보다 만만한게 며느리인지라
    어디를 갈 때 종종 시어른들은 내게 동행을 청하시며, 
    '야야~ 에비말고 니가 오면 안되것나?' 하실 때도 있다. 
    
    결혼식장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북적이긴 마찬가지, 
    더 하면 더 해진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 틈에서 
    떠밀리다 싶이 참석을 하며 무슨 음식이 나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점심을 먹었다. 
    덕분에 포식(?)은 했지만...
    친지들과 어른들이 돌아 가시고...
    집에 와 큰놈의 점심을 차려 주고...
    
    작은놈을 잘 데리고 놀고 있으라고 하고선
    간만에 오후 시간을 여유를 부리며 
    지난 추석 전인가 머리를 풀고 여직 손질을 안 한 머리에 
    좀 비싸게 줘야 하는 미장원을 찾아 파마를 했다. 
    
    맨날 동네앞 미장원에서 아줌마 파마나 하며 
    이 삼만원도 벌벌 떨었는데 
    갑자기 상류층 사모님이라도 된듯이 다리를 꼬고 앉아
    음료수며 잡지며 이것 저것 갔다 바치며 
    지루할까 왔다갔다 하며 걸어 오는 접대성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긋나긋한 남자 미용사의 곰살스러운 서비를 받으며 
    머리를 손질하고 나니 내겐 거금이라 생각되는 돈을 치루고도 
    가벼워진 머리숫과 딴사람이 된 모습에 
    거금 팔십여만원짜리 발전기를 도둑 맞고 
    어디서 전기를 끌어다 쓰지...하며 고민하며 하루를 보냈던 
    지난주의 허무함이 사라지는듯 기분 좋아지는 휴일 이었다. 
    
    몇 시간의 외출을 접고 마트에 들러 
    한 주 동안 장사하며 써야 할 꺼리들을 고르고 
    분주하게 집으로 돌아 오니 싹~ 치우고 나갔던 집은 
    또 폭탄을 맞은 듯 어수선하게 늘어져 있다. 
    아~ 이럴땐 큰놈이 딸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ㅜㅜ;;
    놀 때가 좋긴 좋았다는 생각이 얼핏 지나 간다. 
    
    내일은 새로워진 머리 모양처럼 
    새로운 기분으로 일하러 가야겠지...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