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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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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엿새만의 푸른 하늘


BY 뜰에비친햇살 2004-08-20

    2004년 8월 19일
    제법 선선한 바람과 함께 맑은 구름 사이로 얼필얼핏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그리운 가을이 저만치 다가 오고 있나봅니다. 아퍼서 아팠는지 더위에 무기력해진 몸이 심술이 났는지 아팠습니다. 많이 아팠습니다. 이십여년전 학교를 휴학해야 할 때처럼 아펐습니다.
    엿새를 앓고 난 내 몸은 약 기운으로 사지가 떨리고 아직도 식은땀이 축축히 젖어 듭니다. 비가 내렸습니다. 나무의 가슴을 타고 스며드는 빗물처럼 내 몸 구석구석에서도 흥근히 물이 고였습니다. 엿새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빗물과 겹쳐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창을 타고 내리던 빗물과 함께 시야를 덮었다 보였다 했습니다. 뭐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 극심한 기침에 결려 오던 가슴을 움켜쥐고 있다가 그제는 통곡을 하고 울었더니 작은눔이 머리를 짚어 주며 달래 주었습니다. 밤새 쿨럭거리던 기침으로 배를 움켜 쥐고 깜박 잠에 취했다 깨어 보면 창문은 사나운 폭풍에 흔들리는 나무의 그림자가 할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빗물 때문인지 눈물 때문인지 눅눅하게 땀에 절은 이부자리 때문인지 내 몸은 아직도 축축합니다. 나무가 춥습니다. 꽃들이 춥습니다. 빗물에 흠뻑 젖은 것들은 다 춥습니다. 식은 땀으로 젖은 내 몸도 추웠습니다. 이렇게 아프면 죽는 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일어나고 싶었습니다.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켜 친구에게 달려 갔습니다. 쾡한 눈에 핼쓱해 보이는 나를 보더니 아플땐 마냥 누워 있지 말고 힘들더라도 바깥 공기를 잠깐씩이라도 쐬어 보라며 환하게 웃어 주며 힘들었겠다며 따뜻한 차를 내어 주었습니다. 그 웃음과 차가 명약이 되었는지 제법 기운이 난 이 밤, 양철 지붕을 또독거리며 두둘기던 어린날의 그 빗소리가 뜬금없이 그립습니다. 그 비 소리가 다시 그리워 지면 그땐 양동이라도 창밖으로 내어 들고 그때 내리던 음악같은 빗소리로 알아 듣고 울지않고 비에 젖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