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튀어나오려고 눈치만 보고 있는 듯,
공단로 이곳저곳에서 간지러운 듯 꼼지락거리며 몸부림을 하고 있다.
백목련 송이들은 바람난 가시네 젖가슴처럼 부풀어 솜털 속에서 꼬물거리고,
심란하게 뒤엉킨 풀숲에서도 어느 듯 보송보송 쑥이 한창이다.
볕이 따사로운 모퉁이 비탈진 언덕배기엔 개나리 무리들도 노릇노릇 익고 있다.
노란 산수유는 별빛처럼 쏟아지고, 성질 급한 매화꽃 두어 송이는
심술 난 바람에게 따귀를 맞고 맥이 풀어 저 떨고 있다.
차를 몰고 나가는 외출 길엔 집을 나서면 아파트 정문에서
늘상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고 다시 또 오른쪽으로 꺾고,
그리고 왼쪽으로 꺾고서는 어느 곳으로 갈 길을 정할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곳으로 온 뒤로 습관처럼 되어버린 이 행동이 요즘은 종종 바뀌기도 한다.
봄 기운이 어떤 마력 같은 힘으로 나를 이 길, 저 길로 이끄는지도 모르겠다.
허기사 내가 사는 이곳은 공단치고는 사철이 그런 데로 매력이 있는 듯하다.
특히나 봄철엔 어딜 가나 피어나는 노란 개나리와 벚꽃은
따로이 꽃놀이를 가지 않아도 될 듯하다.
기억으론 이십여 년 전만 해도 발 딛고 차 굴러 가는 곳만 지나도
벚꽃이 만발이었는데 요즘은 수종 교체와 늙고 쇠잔한 그루들을
많이 베어낸지라 그 수가 줄기는 줄었던 듯 하다.
그러나 아직도 집을 나서
왼쪽으로 가던 오른쪽으로 가던, 뒤로 가던 앞으로 가던,
어느 곳으로 나서도 환한 꽃 비를 맞을 수 있어서
봄 날이 다가오면 가슴이 설레인다.
도립공원인 금오산을 찾아도
호수 주변을 둘러선 벚꽃과 개나리가 반기고,
2~3킬로는 족히 되는 강변로를 찾아도
해묵은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어
꽃 비가 쏟아지는 삼 사월엔 발 디딜 틈이 없다.
언제부터 이 지방에 이렇듯 벚꽃이 많이 자리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칙칙하고 자칫 음울한 도시처럼 비칠 이곳에 꽃이 많다는 게
행복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여느 해보다 빨리 찾아드는 따사로운 기운에
여기저기 기지개를 펴고 있는 꽃들의 몸부림이
오늘은 나의 몸에서도 간지럽게 돋아나는 듯하다.
그 해 봄, 부끄럽게 그의 손을 잡고 거닐던 거리에서
수줍은 사랑을 다시 또 하고 말 것 같다.
몇 날 째 갈증으로 기운을 쇠잔한 도심 속의
풀들과 나무들과 꽃들에게 흠뻑 비를 적시고나면
어느 듯 뽀얀 분칠을 한 벚꽃과 함께
굽 높은 하이힐을 신은 아가씨들의 발걸음이
경쾌하게 들려 올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