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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가 나의 힘 이구나!
BY 뜰에비친햇살 2003-11-19
그래...
너희가 나의 힘 이구나!
그렇게 생각해야 옳은 걸...
그게 우리의 힘이고 희망인 걸...
눈물나게 서글프고 삶이 아린 날...
칼 바람 불어 재끼 듯 가슴이 시려오는 날...
쌓인 설움이 부풀어 가슴이 터질 듯 한 날...
강바람을 맞아 보아도
손살같이 질주를 해 보아도
입 안에 쏟아 부으면 소태같은 쓴 맛 뿐인
지지리도 맛 없는 술이란걸 마셔 보아도
왠지 반 쯤은 덜 채워진 듯
모자람의 허허로움이 가득할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편물을 들여다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살가운 사람의 소식이 그리운 것도
애닲은 연인의 사랑이 목마르게 기다려지는 것도
집 떠난 식구의 무고한 안부가 기다려지는 것도
그도 저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한통의 독촉장이 범인이다.
'귀하는 신용불량 거래자로
위 금액을 기한내에 변제 하지 못할시에 법적조치...'
월말이 가까워지면 수십통의 고지서와 함께
잊고 지낼만하면 피리릭 날아오는 반갑지 않은 종이쪼가리
사실 요새는 뭐,
그리 자세히 꼼꼼하게 들여다 보는 것도 아니고
가끔은 별 거 아닌 듯 서랍 속에 생각없이 던져 두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늘 그것을 접하고 나면 한~~참을
울렁증과 함께 소화도 안되고 잠도 식욕도 감퇴하며
잊어야지... 달관해야지... 하던 참에도
분하고 분한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작은 아이도 태어나기 전이니 벌써 수년이 지나고,
알토란 같은 나의 집 한채도 가압류다 가처분이다
저희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더니만 얼마 전 꿀꺽~ 삼켜버렸지 아마...
좋은 마음에 남편이 서 준 보증의 뒤 끝은 보이지가 않는다.
경매로 나의 터전을 원금에 제하였다 치지만,
대도시의 전세값도 안되는 새털같은 몇 푼이라 생각하는 그들에겐
내 등에 진 멍에의 만 분의 일도 덜어 지지 않았으리라...
얼마를 더 가야 해결이 될까?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봐도
내가 다 갚을 능력이 없는 한, 정답이 없는 질문임을 안다.
가진 자, 똑똑한 자, 능력있고 부러울게 없는 사람의 농간에
왜 이토록 내 삶이 버겁고 힘겹고 서러워야 하는지...
내게 남은 것을 다 비우고 막다른 길에 몰린 가여운 미물이 된 심정이다.
내가 가진 것 다 내어주고도 무엇이 더 남아 삶을 옥죄어 드는지 모르겠다.
생각하면 할수록 무거운 멍에이다.
보증을 서 준 후 하는 일마다 낭패를 보는 남편은
사회 생활이며 금융거래에 완전히 매장되다 싶이하여
종종 의욕상실이요 기가 꺽여 패기 다운이다.
밥술이나 굶지 않고
누군가 아직도 남편의 능력을 인정하여 필요로하며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부려주니 다행이다 생각해야 겠지만,
이렇게 사는게 정말 사는 것일까~ 하는 물음에
무심결에 고개를 끄득였지만, 허허... 정말 그럴까?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을 때
먹어도 먹는 것 같지 않을 때
남편과 나는 문득 아이들을 바라 본다.
잘 놀고, 잘 먹고, 건강하고,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고...
그래...
너희가 나의 힘 이구나!
부러울게 없구나...
그렇게 생각해야 옳은 걸...
그게 우리의 힘이고 희망인 걸...
두 눈 꼭 감고 잠자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오늘도 우린 이렇게 불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