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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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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쓰던 남자 이야기 1


BY 뜰에비친햇살 2003-11-01

      예방주사 / 000
      - 독설 - 왜 사느냐고 묻지. 샘이 마르고 이미 신(神)은 없었지. 변태하는 식욕의 박테리아는 내 표피를 빼앗아 삼키는데... 눈물이 다 난다. 발바닥을 저미는 아픔이어서가 아니다. 사는 것에 목이 타는 시... 내가 사는 땅에 온갖 벌레의 퇴적한 호흡 그냥 삼키는 것이 억울해서도 아니다. 아름드리 거목 같은 왕주사 한 방으로 쉬어 터진 너희들을 쓸어 버리고 싶다. 빛을 갚는다. 고대인들이 풀어 놓은 희망들을 살인한 죄로 따끔한 한 방 쯤이야. (1986년 00공단 근로문예상 시부문 우수작)
    참 오래된 글입니다. 20 여년이 다 되어 가는 글이네요. 윗 글을 쓴 사람은 13년째 같이 살고 있는 저의 남편이구요. 이 남자는 음악과 시와 그림에 잔 재주가 많은 남자였습니다. 몇번의 이사를 다니면서 이 사람의 글이 실려 있던 작은 소책자를 아무리 찾으려 해도 못 찾았었는데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 작은 녀석이 오늘 책장 어딘가에서 빼 들고 나왔습니다. 수상자들의 글을 묶어 비영리적으로 펴낸 얇고 작은 책자이다보니 두꺼운 책들 속에 껴 있어 찾지를 못했었나 봅니다. 4컷짜리 만화를 3년간 실었던 회사 사보도 모아 둘 걸 지금에사 후회가 됩니다. 참 감성적이고 섬세했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하는 일이 그래서라고, 생활 패턴이 바껴서라고 자꾸만 우기지만 내가 보기엔 베개만 보면 머리가 가고 잠도 무지 많아 게을러 졌고 솔직히, 일에 묻히고 피곤에 지치고 세파에 찌들고 사람에 속고 돈에 속고... 좋아하던 기타도 안치고, 재미삼아 하던 그림 쪼가리도 안 그리고, 핑계삼아 불러주던 노래도 안 해 주고, 공단의 시문학 동인회를 이끌던 것은 간날 갓적에 그만 두었습니다. 두 해 전 인가? 제가 다니던 복지관에서 시화전을 한다기에 얼렁뚱땅 못쓰는 글이지만 내었더니 큼지막하게 시화를 만들어 주어 전시를 했는데, 다 하고는 뭐합니까? 집에 들고 올 수 밖에요. 여기저기 지적을 하며 이래 갖고 시화전 했누? 하는 통에 아직도 창고 구석 어디에서 그 시화는 잠자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 사람 가슴 어딘가엔 아직도 감성이 꿈틀거리고 있는 듯 한데 엉뚱하게도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살며 밤 낮 일 속에 묻혀서 요즘은 툭하면 낮과 밤을 거꾸로 살다 싶이 합니다. 옛날 옛날에 태어 났더라면 참으로 한량으로 살아 갈 사람인데 하고 생각이 되는데 말입니다. 참, 그러고보니 이 글 말고도 몇 개가 내 수중에 더 있는데 찾아서 잃어버리지 않게 예쁘게 옮겨 둬야겠습니다. 그 사람이 보낸 연애편지도 뒤져보면 어딘가 있을텐데 이참에 다 옮겨둘까요? 후후... 낮에는 통 머리가 안 굴러 간다며 또 밤을 세운다는데 춥지나 않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코 앞인 사무실에 깊은 어둠이 무섭다는 핑계로 가 보지도 않고 입으로만 걱정 하는 척 합니다. 여러가지 몇 번의 고비를 맞으며 축축 자꾸만 쳐져가는 그의 어깨가 새삼 떠 오르며 오늘밤 자꾸 안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이 든든해야 나도 아이들도 기대고 살테니 말입니다. 서로 나이 먹어 가는 처지에 자기보다 조금 더 툴툴거리는 마눌이라고 심통 뿔통이라 하면서 타박도 많은데 밉네 싫네 한덜 그래도 서로에게 구관이 명관 아니겠습니까? 메일로 이 글을 띄워 보냈는데 분명히 아침에 들어오면 잠 안자고 밤새 뭐했노? 그러고는 낮잠이나 자고~ 그럴 겁니다. 서로 매번 삐딱하게 표현하는게 우리 거던요. 자기 이야기가 이곳에 실린다는걸 알면 아마도 야단도 아닐겁니다만, 한 동안은 모를테니 괜찮을테고 그래 말을 한다고 내가 뭐 자기 속 마음도 못 읽는 답니까? 또 밤세운다 생각하니 추울텐데~ 하는 걱정도 있고 밤사이 지나간 날이 10월 마지막날이라는 언제부턴가 뜻모를 이름 지어진 날이다보니 내 이리 닭살스레 실없는 짓에 걱정 된다는 알량한 소리까지 하게 되었나 봅니다. 부시시 아침에 들어오면 뜨건한 된장찌게라도 보글보글 끓여 줘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