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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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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로 쓴 편지


BY 뜰에비친햇살 2003-10-14

      백지로 쓴 편지 그대에게 할 말이 많아서 전화를 하려다가 말았습니다. 내 목소리가 긴 선을 타고 그대의 귓전에 울릴 때면 눈물이 되어 들릴 것이란 걸 알기에 말입니다. 하여 그대가 나로 인해 밤새 잠을 뒤척이게 될 것을 알기에 말입니다. 혼자서 뒤척이다 그냥 그렇게 위로하며 밤을 보낼 용기가 생겨서 전화를 하려다가 말았습니다. 할 말은 참으로 많은 것 같은데 가까이 있을 때나 지금이나 수화기만 들면 왜 눈물부터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다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말을 가슴에 두고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밤을 새워가며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며 기나긴 편지를 썼답니다. 아침에 읽어보니 푸른 잉크 물 하나 번진 자리도 보이지 않는 눈물로 얼룩진 자리만 가득한 백지로 내 마음을 써 놓았지 뭐겠습니까 밤이 그토록 길다는 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그때 전화를 걸었지 그대에게 편지를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렇게 많은 백지 편지를 모아 두지는 않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