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까마득히 잊자고 할 때는 몽글 몽글 그리도 가슴 한쪽이 미어지게 그립더니 하 세월 가는데로 내버려 두었더니 슬프게도 꿈길에서조차 오질 않습니다. 그리하여 흘러가는 세월의 질투는 아무도 막지 못한다 했나봅니다. 참 많이도 그리웠던 보고 지운 얼굴이었는데 이만큼 살아 온 동안 그 날 이후 단 한 번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는지 어쩌면 이젠 아주 잊혀질지도 모르는 일일 겁니다. 천둥 같은 울음이 우렁거리며 가슴속을 후비던 칠흑 같은 밤을 가르던 그날도 홀로 된 두려움과 고독을 염려하여 내 안에서 떠나지 못하더니 억겁을 치달음 하던 밤바다에서 소리쳐 불렀던 이름은 어쩌면... 지금은 더 멀리 멀리 너울거리며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2003-09-17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