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거운 어둠이란 녀석을 등에 업고 무거운 어둠이란 녀석을 밤 새도록 등에 업고 가슴에서 기어 나온 꼬물거리는 나의 말들을 줏어 담으려 갖은 애을 써 보았지만 단 한 줄의 표현도 그려내지 못하고 창을 타고 흐르는 바보같은 내 말들의 씨앗들은 아침을 향해 밀려드는 미명의 새벽을 밀쳐내고 뜨거운 눈물같은 비 속에 녹아 들고 말았다. 우두커니 앉아 허공만 응시하다 배를 깔고 누웠다가 뒤집었다가 굴렀다가 밤새 이해 할 줄도 모르는 글들을 먹고 먹고 또 먹고... 채워도 채워도 차지 않는 뱃속을 비빔밥 긁어 삼키듯 온갖 잡식마져 서섬치 않고 섭렵 해 봐도 내안의 한뼘도 안되는 시 밥그릇에 채워진 시어들로 하여금 고갈된 이 갈증난 허기짐은 힘없이 흐물거리기만 하고 사각의 공간속에서 나를 미치게 바라보는 어둠에 밀려 너는 왜 아무 말도 못하냐고 또 그렇게 채근하고 말았다. 그렇게 쉽사리 나에게 굴복해 줄 것이라곤 생각지도 않았지만 힘겨운 밤을 업고 지샌 나의 고뇌를 위해서라도 한 줄이라도 아름다운 너의 모습을 보여주지... 팔다리 져려하며 더딘 나의 마음을 재촉하였건만 거울앞에 나타난 내 모습은 너를 과식해서 팅팅 불은 맥빠진 모습 뿐이었다. 아~ 처참한 새벽이다... 2003/06/27/1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