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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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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교 위에 핀 민들레


BY 뜰에비친햇살 2003-10-06

      ▶ 육교위에 핀 민들레 내 이름은 육교위에 핀 민들레랍니다. 표정없이 서 있는 빌딩 숲과 굉음을 내며 질주 하는 자동차 그 위를 가로지르는 육교 위 서런일곱번째 계단모퉁이가 나의 집 입니다. 한 낮의 뜨거운 태양이 때론 심술궂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난 그녀석마져 없으면 제대로 살아가질 못합니다. 어떨땐 태양이라는 놈이 동무라도 해주니 심심하지 않게 종일을 버티기도 하니까요. 어느날은 너무 분에 넘치는 햇빛과 비바람때문에 곤혹 스러울때도 있답니다. 햇빛 가리게나 들통 하나 씌워주는 이도 없는데 말입니다. 더군다나, 종일 뿌연 먼지에 찌들어 심술난듯 돌기잎을 뻗치고 앉아 있는 내 몰골이 흉해서라도 누구하나 친구도, 쳐다봐 주지도 않는것이 내가 살아가기 힘든 악조건 중에 하나랍니다. 하루종일 육교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 보고 있노라면 내 심신이 고달파 지치기도 하지만 참말로 나는 복도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답니다. 하기사, 내가 이곳에 처음 자리를 잡을때만해도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당랑 홀씨하나 뿐이었으니 지금은 행복하다고 해야겠지요. 가볍고 연약한 몸으로 한줌 흙도, 한뼘 땅도 안되는 이 척박하고 딱딱한 나의 자리 시멘트 계단위에 날아와 내몸에서 뿌리를 내리고 내몸에서 잎이 나고 내몸에서 샛노란 꽃도 두송이나 피웠으니까요. 그동안의 시련이야 말로 다 할수 있을라구요.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은 내몸에 오줌을 지리기도 했지요. 침을 뱉거나 발로 짖이기고 가는 거야 다반사 였답니다. 거센 비와 함께 심술궂은 바람이라도 지나가는 날에는 날려가지 않으려고 딱딱한 계단을 붙들고 있느라 돌기난 내 잎사귀엔 얼마나 많은 생채기가 돋았는지 모른답니다. 그러나, 날이 개이고 환한 햇빛이 비춰지면 나는 또 금새 마음이 밝아졌지요. 그때문에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나를 애무해 주는 이 열정적인 태양을 더욱 미워할수 없었나 봅니다. 지금은 햇빛도 잠시 쉬는 어느 오후에 착한 바람이 지나가며 말 해준 이야기에 희망을 가지고 산답니다. 이 다음 어느날엔 나도 넓은 뜰 큰 나무 아래에서 꽃을 피울거라는... 2003/06/05/05:50
[응답]개망초꽃    [2003-06-05,14:58]/
시 잘 감상했습니다. 
우리네 삶같은 인생이군요 민들레는... 
저 혼자 살아가고 저 혼자 꽃피우고 저 혼자 지는꽃을 머리에 인 민들레... 
지금 제 작은 뜰에도 민들레가 저 혼자 피고 지고 씨를 맺습니다.
 
[응답]kmhrag17    [2003-06-05,19:31]/
오늘은 환경의 날이더군요. 
척박한 시멘트에서 자라나는 한떨기 민들레처럼 
내 자신을 한번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된 듯 합니다 
자연은 늘 우리들에게 아낌없는 아름다움과 변하지 않는 진실만을 부여해 주는데.... 
그렇지 못한 우리는 늘 시시때때로 자연의 섭리에 불응하는군요 
그러므로 인해 뒤 늦은 후회와 회환으로 남지만 
결과는 늘 자연의 섭리를 거역한 댓가라고 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