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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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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둘째 수요 장날


BY 뜰에비친햇살 2003-10-03

      ▶7월 둘째 수요 장날 싱싱한 야채와 푸성귀들이 뽐내며 늘어서 있고 탐스런 과일들 잘난 얼굴을 내 세우며 경쟁하듯 줄지어 방긴다. 윤기흐르는 볼에 알맹이마다 탱탱하니 힘을주며 포도 송이들이 눈길을 끌고, 제철을 만나 수박은 검푸른 줄무늬 셔츠입고 초복을 만나 몸값이 오른게 감격스러운지 퉁실한 배살이 짐짓 거만하다. 두루두루 붙어 앉은 자두, 참외, 복숭아 토박이 속에 물건너 시집온 오렌지가 보이고, 그옆에 온실에서 막나온 토마토 붉은 얼굴이 수줍어 뒤로 숨는다. 발갛게 뒤섞인 오징어젓, 골뚜기젓, 알젓, 창란젓... 목청 좋던 아저씨 날 달걀을 이마에 대고 치고 있다. 한 자도 넘는 고등어는 맵시가 있고, 비늘이 가지런한 조기는 귀티가 흐르고, 은빛 장신(長身)을 자랑하는 갈치는 낙점해줄 귀인을 기다리다 늘어져 푸념하는듯 하다. 분주하게 사람들이 드나드는 좁은 시장통 골목으로 좌판에 얹힌 수십가지의 땀의 결실들이 다투어 경쟁을 하듯하고, 오천원짜리 붉은 악마 티셔츠도 아직 명함을 내밀고 있다.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뒤뚱뒤뚱 돌아다니는 아들놈 바쁘게 따라다니며 찰라같이 휘젓는 몸짓을 따라 붙잡느라 정신없는 엄마. 뻥튀기 커다란 얼굴에 함지박만한 미소를 넣어주며 쥐어주자 잠깐동안 아장아장 걷는다. 해 저물녁 주섬주섬 늘부러진 시장통의 삶이 담아지고 두둑허니 앞자락에 담겨진 노고에 오늘도 시장통 사람들은 노래하며 숨을 쉰다. 2002/07/11/0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