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가을 [2002-05-06,19:00] / 전 오늘 엄마생각에 울었지요 고생고생 하시다가 조금 편할까 싶었는데 병마가 닥쳐지요 코마상태 육개월 만에 돌아가셨지요 아직 한달이 못되었네요 그래요 님 살아계실때 잘해드리셔요 어쩌면 그 애달픔에 투정이겠지요
▶엄마가 오시던날
사흘전, 분홍색 보퉁이 하나와 뭔가를 잔뜩 담은 커다란 양동이 하나
를 들고, 자동차로 삼십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오르막길 십여분을 헐떡이며 걸어 올라와, 두어시간은 족히 걸려
불현듯 엄마가 오셨다.
풀어본 보퉁이속에는 손주녀셕에게 줄 샌빼이 과자와 박하사탕과 쑥
떡이 들어 있었고, 큰 양동이 안에는 얼려온 소고기 한근, 알맞게
달작한 감주 한병, 졸여온 알감자와 달걀, 사위 먹으라고 담아 온
묵은 포도주 한병이 들어 있었다.
그 무거운걸 헐떡이며 미리 전화 한통 않고 끙끙이며 들고 왔다고,
뭐라뭐라 맘상할 말들을 쫑알거리며 엄마의 속내를 뒤집었는데,
그래도 엄마는, '내가 니들 식구 굶어 죽을까봐 안그라나...' 하면서
웃음뒤로 슬쩍 눈물을 훔친다.
갖다 주시는 거래야 뭐라 특별날 것도 없는, 예식장 답례로 받아온
카스테라, 어디서 마시려다 가방에 챙겨온 오백원짜리 음료수,
길가다 당신보다 더 초라한 촌노(老)가 펼쳐 놓고 파는 심꽂힌
대파며 야채, 구워온 생선 토막들...
그렇게 딸년 싸다 먹이고 싶으면 싣고 가라고 전화를 하던지, 전화
뒀다 뭐하냐, 요즘같은 세상에 핸드폰은 모양으로 들고 다니냐,
엄마나 많이 드시고 건강해라, 그렇게 안챙겨 줘도 배곪고
안 산다고 타박이나 해대고...
내가 먹기 싫어서야 그런말 할까나... 속상하리 만치 힘들게 끙끙거리며
들고온 그것들은 네식구 먹어야 얼마나 먹는다고, 갖다주는 공도 없이,
이틀 사흘...열흘...보름...그렇게 야채통이며 냉장고 한켠에서 뒹굴다
쓰레기통에 쳐박히기 일쑤고...
'내 혼자 다 묵나...' 뭐라고 잔소리를 해대면 늘 그렇게 대꾸를 하신다.
좌석버스비 두번 탈거 이천백원, 택시로 가면 고작 일만원정도 인데,
되돌아 가실길에 보태 드리는건, 또 이렇게 힘들게 들고 오지 말라고
잔소리 밖에 할줄 모르면서...
두 아들넘 데리고 나가 햄버거며 피자며 지들 먹고픈 거 사 먹이고,
희희낙낙 거리며 시내구경돌아 다니고, 싸구려 옷가지라두 한벌씩
사 입혀서 데리고 들어오니, 현관 고리에 검정 봉다리 서너개가
달랑거리며 마중하고 있다.
천원에 네줄 주는 요구르트, 예식장 부페에서 싸가지고 온 마른안주,
고무장갑 두개, 재활용 빨래비누 세장, 요새 사람 잘 쓰지도 않는
주방세제 큰놈으로 한통, 걸레라두 깨끗해야 한다며 쓰다가 삶아온
낡은 수건두장...
제발 연락이라도 하고 오던지...하며 따따따따 전화를 퍼붓고 나니
내 속이 울컥 거린다. 또 얼마나 아파트 한켠에서 쪼그리고 앉았다 갔을까...
속으로 내속의 나쁜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음 싸~하게 아릴
딸년 없어서 너는 좋으냐고...
2002/05/06/01:04
[응답]후리지아 [2002-05-06,17:25] / 제게도 늘 그러셨던 엄마가 계셨지요. 마음은 애잖한데...거기다 늦둥이로 얻은 이딸은 할머니같은 엄마땜에 매일 가슴이 아팠고... 그런 엄마가 하늘로 가신지 십년이 되었지요... 마지막으로 하나뿐인 딸집에 오셨을때... 단수가 되어서 분식집 순두부찌개 한그릇 시켜드리고... 내내 그것이 마음에 걸려 어머니 가신날만 되며 가슴이 아립니다... 이제부터, 툴툴거리지 마세요. -후리지아
[응답]희야 [2002-05-06,13:36] / 님의 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가슴이 울컥......!! 엄마의 마음이란.......!! 나도 엄마가 되었지만, 과연 우리 엄마들만큼 나의 자식들한테 잘 해 줄 수 있을까.....!! 자아알 읽었네요.
[응답]뜰에비친햇살 [2002-05-06,15:20] / ♥희야님...혹시? / 가을님, 후리지아님... 희야님... 이렇게 졸필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가가가 가가? 가가 가가? 아까 가가 가가? 후후후...^^ 혹시나, 내가 아는 희야님 일까...해서... 반가워서 얼른 따라 댓글 붙였습니다.^^ 울엄마는 늘 그렇죠... 올적마다 연락이라도 주십사~하지만 매번 불쑥불쑥 뜬금없이 찾아와 커다란 보퉁이 한가득 애닲은 사랑을 쏟아놓고 갑니다. 가까이 살아도, 나 한번 찾아가면 울엄마는 열번 오셨다 가지요~ 희야님 엄마도 그러시죠? 설령 몸은 오질 못해도 마음은 수백번, 수천번 다녀 가실겁니다. 우리나이 쉰...예순...그렇게 또 엄마처럼 할수 있을까... 아...이렇게 엄마 맘 알아줄 못된 딸년 하나 없는게 좋은건지 나쁜건지...서글프게 마음만 아립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가을님, 후리지아님... 이렇게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님들에 비해 복에 겨워 투덜투덜 했네요~^^ 비가 또 와서 그런가... 손바닥 갈라지고, 다리 져려오는 엄마 생각하니 또 시야가 흐릿~해 질려고 하네요~ 가신뒤에 진수성찬이 아무소용이 없겠지요....잘해야 하는데... 잘해드려야 하는데...;;; 어버이날은 다가오고... 친정을 먼저다녀와야 하나...시댁을 먼저 가야하나...^^ 두분 어머님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뜰에비친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