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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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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또 돈다네~


BY 리니 2004-06-01

 

마음 속으로 느슨하게 조금만 칩거해도
세상은 벌써 한참을 바뀌어 저만치에 가 있다.
그래서 그제서야 그걸 뒤쫒아 가려고 차비를 하고 다가가면
난 늘 한 세대 늦어진 코드에 맞추어져 있던 것이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그걸 뒤늦게 누리거나 즐기는 일이 제법 재미있다.
그건 내 삐딱한 심뽀가 한 몫 한것이기도 하지만
차라리 늦어진 발걸음으로 움직이는 것이 을매나 속편한지 나는 알거든.
뒤쳐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따라가느라 가랭이 찢어지는 모습을
가까이서 바라봐 주는 일은 안스러움에 내 연약한 심장이 아프다니까^^..

이제는 세상도 아예 뒤돌아서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성한모 내 니를 우에다 만나서 ...
니는 내 웬쑤데이..얼라만 나오면 니는 죽었데이"

걸쭉한 입담으로 효자동의 소심한 이발사남편 송강호에게
욕을 해대는 문소리의 뽀글머리도 뭐 그리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각하 면도를 하겠습니다."

각하의 '용안'에 흠집이라도 낼라 진땀흘리는
이발사 성한모의 한 마디 말도 덥썩 따사롭다.

그 각하의 2인자들의 팽팽한 대립이 급기야는 총성을 울리는 날
간드러진 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이 화면 전 편으로 흐를 때는
아예 그 시절이 그리워 미칠 뻔 했다.

물론 거기서 말 일이 아니다.
그 미련하고 소심한 이발사는 아들에게만은 절대적인 존재다.
그 절대권력의 '각하'는
아들을 위한 끔찍한 부성으로 이발사의 '똥'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절대권력보다도 더 큰  아버지의 위대함은 기적을 낳는데
그 시절의 아버지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이런 복고풍의 정서는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下流人生)에서도 되살아 난다.
깡패들의 난장판에 김추자의 '님은 먼곳에'가 짠~하고 흐르는 것이다.

세월의 흐름은 쪼잔한 듯 하지만 따뜻한 아부지와
어깨에 힘들어간 건달들 역시 빠질 수 없잖은가.

다분히 컬트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실화적인 삶들이었는데
이젠 그것들이 영화가 되고 노래가 되고 있다.

 

한참을 지나간 이야기라고 해서 나른한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은
우리들의 고정된 뇌를 두 번 죽이는 일이지~

작동이 고단하기만 한 심장을 감미롭게 훑고 지나가는 재즈선율이 있고
세레나데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샴페인, 복고적인 눈부신 패션,
그리고 과장된 제스츄어와 대사들,
르네 젤위거와 이완 맥그리거의 빛나는 하모니 
핸섬가이,복고풍의 업스타일 금발머리와, 깜찍발랄한 데이트

'다운 위드 러브'는
시작부터 만화그림 배경의 경쾌한 음악으로 시작되더니
'시카고'와 '물랑루즈'를 통해 증명된 그들의 노래는 엔딩부분에서도 보여줘서
즐겁고 산뜻하게 영화보기를 마칠 수 있다.

우아고상이 삶의 컨셉이라면
유치해, 열라 유치해..할 것이 분명하지만
복고풍을 모르면서 현재의 우아함이 있다던가.
삼류스러움이 곧 문화의 일류스러움을 만들어 주는 것인데
고급한 문화타령은 그만 웃기는 짬뽕인 걸.

게다가 로맨틱 멜로의 상큼함 덕분에 무료함을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데,
그들처럼 "사랑을 위해 건배~~!"
라며 따라 즐겁게 외칠 수 있는데,
그 넘의 기대치와 자존감이란 것이 한계를 오글뜨리고 있다.
그걸 간단히 버리시라~~
그것들이 새로움을 주는 힘으로 매료시키고 있거늘....


 

 

심수봉 그 때 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