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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풍금소리


BY 리니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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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월이면 행사가 줄줄이 이어지는 날들이어서 분주한 느낌이다.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이 지나고 한 숨 돌릴 즈음이면 스승의 날이 이어진다.
이 날이면 의례적으로 하게되는 일일 명예교사 노릇도 빠뜨릴 수 없는 일이었는데
그 해의 아들아이의 5학년 교실을 생각하면 자동적으로 배경음악이 되는 노래가 있다.

그 날, 약속된 시간이 되어서 아들녀석의 학교 교실복도에 다다르자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우당탕 거리는 개구쟁이들의 장난스러움이 교실 밖으로 마음껏 새어나왔다.담임선생님을 만나 잠깐 일일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시작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도무지 멈춰지지 않는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을 잠재우시려는 듯  선생님께서는 풍금앞에 앉으셨다. 무슨 음악이 울릴까 귀를 쫑긋 세우는데 반주에서 문득  파도소리가 감지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각자 자기자리에 앉아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던 이곳에 세상 사람들 하나 둘 모여들더니
어느 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바위섬과 흰 파도라네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너를 사랑해
이제는 갈매기도 떠나고 아무도 없지만 나는 이곳 바위섬에 살고 싶어라 ...~~~


마치 아기새가 어미새 앞에서 즐거이 먹이를 받아먹으며 입을 가장 크게 벌려 목청껏 노래부르는 듯한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
창 밖으로 비치는 싱그러운 오월의 하늘은 마냥 푸르렀다.

어린아이들의 노래는 가슴이 시원하도록 마음껏 신나기만 했다.
인적없는 바위섬...의 풍경이라는 조금은 쓸쓸한 노래가사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아이들이 노래부르는 동안은 가슴찡하도록 이쁘고 유쾌한 시간이었다.그리고 그 날의 수업은 더없이 흐믓하고 즐거웠었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참으로 인간적인 풍모의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교과서적인 노래 외에도 특별한 장르의 음악이나, 또는 민중적이거나 이처럼 대중성이 짙은 여러 가지 노래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셔서 그 무렵 아들아이에게서 종종 그런 노래들을 들을 수가 있었다.

해맑은 얼굴에 너무나 순진한 어투의 그 선생님은 내게 이런 말도 하셨다.
제 나이가 쉰셋이에요,요즘은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이 나이많은 선생은 싫어한다는데 나는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아무래도 얼마동안은 더 할려고 해요...

회갑이 지나고 또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순진무구함을 간직하시리라 믿어지는 그 선생님은 그 후 인천의 어느 섬지역 학교로 옮기셨고  중학생이 된 후 아들아이가 그 섬으로 한 번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오래오래 아이들과 지내셔야 할 참 좋은 선생님이셨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가끔씩 생각난다. 아직도 여전히 풍금소리 울리며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계시리라 믿고 싶다.
마음과 영혼에 기쁨과 감사가 넘치고 욕심에서 해방되어 한껏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이 참 아름다운 사람. 나이듦과는 무관한 그 해맑음이 떠오르는 날이다.

 

 

 

 

 


바위섬♬김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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