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티브이 광고를 보노라면 마치 그 속에 내가 있었던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 하나 있더군요. 감을 따는 아이들에게 할아버지가 외칩니다. '댓 개 남겨두어라. 새들도 먹어야지...'
찬서리 내리기 전의 우리네 가을은 그런 온기를 산에 들에서 뒷동산에서 두루두루 느낄 수 있었지요.
언제까지나 끈질기게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물고 늘어지는 것. 바로 어머니, 그리고 고향
우리들은 죽을때 까지 왜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아...초월자도 아닌데 감히 그걸 묻는 것은 답답한 일일뿐 이지요.
그것은 각박해져 가는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용기와 힘이 되기 위해... 늘 내 마음에 늘 자리잡고 있는 대기조 언제나 정이 뚝뚝 넘치는 모습으로...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 오랫동안 머물던 외국의 작가에게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여행길에서 시종 반응이 없더니 어느날
바로 저것이야!!
하더랍니다. 그건 늦가을의 스산함 속에 홀로이 서 있는 늙은 감나무에 달린 까치밥 하나!!!
시시때때로 우리들을 회귀본능에 사로잡히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모습의 情 이라는 것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리.움......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마음을 데워주고 잠깐 그리움 속으로 빠져서 행복해 지고 싶은 시간이 필요한 계절입니다.
그리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소중한 그 무언가를 주고받는 계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10 월 엽 서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날. 끝.
문화일보 2003년 10월 2일
가곡 ♪그리움 ♬ 바이올린 연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