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층계를 내려가면 작은 길이 나온다
그길 건너에 또 작은 골목길이 있었다
그 골목끝 자리에 막다른집이 한채 있는데 그집에는 남자아이 쌍둥이가 살고 있었는데 나와 동갑내기로 기억이 된다
그런데 그 집 대문을 열면 바닥이 돌로 장식이 되였고 한켠에 우물이 있었다
그런데 그집의 쌍둥이는 그때까지도 엄마의 젖을 먹고 있어서 나는 너무 신기하게 바라보고는 했다
놀다가 들어가 엄마의 기슴을 헤치면 그 어머니는 하얀 가슴을 드러내고 아이는 흡족하게 엄마의 젖을 먹고는 했다
그집 아저씨가 ㅇ마도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이셨으며 우리 어머니를 잘 아시는듯 했다
나의 어머니도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계셨으니까.
그런데 그때 나의 어머니는 조리공장을 다니셨던것으로 기억 된다
6.25사변후 어머니는 학교를 그만 두셨다고 전해들었는데 아마도 교장선생님과 한학교에서 계셨던것으로 어머니의 복직을 주선 했었던 같았다
겨울이 요즘 보다는 아주 추웠다
겨울 어느날 어머니는 나에게 예쁜 검정색 세라복을 입혀 주셨다
해가 저무는 들녘을 한참이나 걸었는데 나는 세라복이 내가 보기에도 너무 예뻐서 추운줄도 몰랐다
아마 지금의 노량진역 인듯 하다
밤기차를 탔는데 한밤을 기차안에서 보냈다
창밖으로 별이 따라오고 달이 따라왔다
어느 아저씨가 나를 예쁘다 하시며 김밥을 사준 기억이 새롭다
스타킹 같은 주머니에 귤 그리고 찐계란 들어있는 것도 사주셨다
아침이 되여 기차를 내렸는데
온통 하얀 들녘 한가운데를 어머니등에 업힌 동생을 보며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하나도 춥지를 않았다
손을 꽁꽁 얼어 버렸고 발도 많이 추웠는데 춥다는 생각보다는 하얀 들녘에 취한듯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아침해가 하늘중천에 떴을때야 우리는 어느 넓은 집앞에 도착 했었다
매우 친절하게 보이시는 아주머니, 넓다란 마당가, 멍멍거리는 개
지금 간혹 카드에 그려지는 그런 풍경이였다
따끈한 아랫목 작은 이불속으로 두발을 집어넣은 나는 아마도 잠이 들은듯 했다
어머니의 깨우는 소리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밥을 먹고 또 잠이 들었던것 같다
또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붉은 팥떡이 김이 모락모락 나며 상에 놓여 있었다
나중에 알았다
그집도 학교 선생님 집이고 어머니의 학교 복직을 위하여 갔었으며 절친한 교분이 두터운 집이라는것을
쌍둥이네 아저씨(교장선생님)와도 절친한 관계였다고 들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복직이 안되였고 그날밤 집으로 또 밤기차를 이용하여 올라왔다
아마도 올라오시는 어머니의 마음에는 아쉬움이 가득 하였으리라
밤기차에서 한마디 말씀도 없으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때의 아쉬움을 대변하였으리라
쌍둥이네집
나무대문 을 열면 커다란 돌이 흙바닥위로 펼쳐있고 돌사이사이마다 푸른 잔디가 푸른이불처럼 깔린 쌍둥이네집
뛰어놀다가 엄마를 부르며 어머니의 가슴을 펼치며 어머니의 젖을 물던 그 쌍둥이네
젖을 먹었던것 아니라 사랑을 먹었을것이다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
그당시 나는 도깨비가 정말로 있는줄 알았다
활활 타는 불빛으로 밤이면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도깨비가 정말로 있는줄 알았다
어머니께서 들려주시던 도깨비의 이야기가 사실 같아서 밤이면 혼자 밖에 나가기를 매우 무서워 하였다
그때 우리집에는 전기가 없었다
사기로 만들어진 등잔에 석유를 채우고 성냥불로 불을 붙이면 환해지는 방안 물론 부엌에도 호롱등잔을 밝혀 놓으면 그림자도 만들어지고 어둠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지만 아주 환했다
심지를 돋우면 환한 불꽃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는 했다
나는 언제 불이 꺼지는지는 몰랐지만 어머니께서 우리자매들이 잠든것을 확인후 꼭 불을 끄시고 주무셨을것이다
간혹 촛불을 사용하고는 했는데 촛불을 사용할때 나는 더 기분이 좋았다.
뚝뚝 촛농이 눈물처럼 떨어지면 그것을 모아서 어떤때는 씹어도 보았다
초를 한참 씹으면 껌이 된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는 껌을 씹고 싶은 마음에 한참을 씹었지만 껌은 되지를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그런 얘기를 믿었었다
나는 그때 도깨비가 있어서 불빛이 없는곳을 돌아다닌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로 밤에 눈이 떠지면 도깨비가 집밖에 많이 있을것 같아 숨도 쉴수 없었다
창문을 바라보면 도깨비와 눈이 마주칠것 같아서 이불을 꼭 뒤집어 쓴채로 한참을 있다가 잠이 들었다
잠들기전 어머니는 소변을 꼭 보게 했는데 마렵지 않은 소변을 보기 싫어서 보았다고 하며 거짓말을 하고는 했는데 그러다가 밤에 잠이 깨어 소변이 마려워도 혼날것 같아 끙끙 참아냈다
참다가 잠이 들때는 꼭 꿈을 꾼다
소변이 꿈에도 마려워서 화장실을 간다
시원하게 소변을 보면 몸이 뜨겁다
나는 어느새 이불에 소변으로 지도를 어느때는 크게 어느때는 작게 그리고는 했다
물론 그런날 아침이면 어머니는 내키만한 소쿠리를 머리에 씌우고 이웃집으로 소금을 얻어 오라고 했다
항아리에 소금이 있는데요!
나는 왜 소금을 얻어 오라는지 모르는채 이웃집으로 소쿠리를 머리에 쓰고 가면 이웃집 아주머니는 소리없이 웃으시며 소쿠리를 탁탁 치시고 소금을 주시고는 했다
그러면 그집의 아이들도 키득거리며 웃는다
나는 지금도 모르겠다 왜 소금을 얻어오게 하는 그런 생활습관이 우리나라에 있는지를 지금도 모른다
도깨비 이야기를 실제로 믿었던 나는 국민학교 입학을 하고서도 아주 한참을 믿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도깨비 이야기를 해주면 웃긴다고 듣지도 않을테지만 그때는 나 말고도 많은 아이들이 믿었었다
얼마나 상상을 했었는지
도깨비하고 친구가 되면 내가 갖고 싶은 그런것을 모두 이룰수 있을것 같아서 아주 어둔밤 이불속에서 몰래 도깨비한테 말도 걸어보았다
내동생 복남이를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고
엄마가 매일 조리공장에 안갔으면 좋겠다고
남동생 철희가 지렁이를 안먹고 났으면 좋겠다고
지렁이를 먹어야 한다면 나에게 많은 지렁이가 올수 있게 해달라고
도깨비 이야기를 듣는날 밤이면 정말 그날따라 도깨비가 거리거리를 다닐것 같았던 그리운 까마득하게 먼 어제의 기억
많은 서적들 그리고 조기 교육등으로 빠르게 열려지는 지식을 습득하는 오늘의 아이들은 믿을수 없는 허황스런 이야기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을 잤던 그때
녹음기에서 들려주는 옛이야기 아니라 어머니의 육성으로 들려주시던 많은 이야기들 그중에 도깨비 때문에 밤새워 이불에 지도를 그렸지만 그 지도와 소금 얻으러 다니던 정겨운 기억 어머니께서는 왜 소금을 얻어오라 했는지 말씀을 안해 주셨지만 이부자락에 지도를 그렸어도 부끄럽지 않은 그리운 시간속에서 작은여자아이는 도깨비의 이야기에 푹빠져 작은눈을 동그랗게 뜨고 방안 어둠이 틈을 보며 들어올것 같은 따스한 방안에 자리를 하다가 이내 시간을 건넌다
이제
막다른 골목도 사라졌으리라
도깨비 이야기가 현실의 시간에서 자취를 감추듯 골목집 쌍둥이 이름을 기억할수는 없지만 그 쌍둥이들도 멋진 가장이 되여 그당시를 회상이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