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볔 2시 넘어 집으로 왔는데 잠이 안 오네요.
오늘이 아버님제사날이라서 아침부터 바빴답니다. 형님이 차로 데리러 와서 같이 시댁에 갔어요. 9시 30분쯤 됐을껀데 어머님은 벌써 생선이며 야채며 이것 저것 준비를 다 해 놓으셨더라구요. 연세도 많고 원래 미리미리 해야 하는 성격이시라... 형님과 어머니는 바로 송편할 쌀가루를 빻으려 방앗간에 가셨고 전 어묵 썰고 산적거리 준비하고 오징어튀김할 거 오징어 5마리 썰고..그러니 형님이 오셔서 , 제사장만이 시작 되었어요.
형님은 어묵, 산적,오징어튀김을 하고 전 고구마튀김을 ..늘 그렇게 시작해요.2시가 되어도 다섯이나 되는 시누이 들은 안 오고..배도 고프고 해서 김치랑 명태포 뜨고 남은 생선으로 찌개해서 밥 먹으려 하니 둘째 시누이가 오네요.그리고 10분뒤쯤 첫째시누이 오고...30분쯤 뒤 셋째 시누이오고,,
그 때 우린 큰 채반으로 찌짐이 가득이었어요.그리고 다시 정구지찌짐이며 생선 여러가지, 명태포, 쥐포등등등...어머님은 송편 만드시고, 동그랑땡도 만드셨는데 맘에 안 든다며 갯잎 싸서 부치시고,이것 저것 하다가 5시가 되어서 애들도 데려 와야 하기에 형님은 가시고,어머님은 찰떡이며 쑥떡 하러 또 방앗간으로 가셨어요.그리고 두시간 동안 전 설겆이가 시작되었죠.
시누들은 앉아서 자기들 시어머니 험담하며 쉬고...전 결혼 9년동안 그런모습은 처음...시누이들이 모두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시는데 참고 사는 줄 알았거든요.그런데 제 앞에서 그러니 얼마나 그렇던지.. 저희 시어머님 성격도 까다롭거든요. 시누들 나이가 모두 많아요.셋째 시누가 47쯤 됐나 그래요. 참고로 전 시누가 다섯입니다. 7남매 막내라구요.
저녘땐 나물 뽂고 탕국하고 내일 동네회관에 돌릴 잡채거리 썰고 볶고 하니 8시...배가 고파 밥 한술 먹고요. 좀 앉아 있으려 하니 시누 남편들이 하나 둘 오시는 거예요.상 차리느라 앉아 있을 수가 없는 거예요.
12시 5분이 되야 제사를 하니 치우고 나니 1시. 시누들은 제기 닦고, 설겆이는 형님과 제가 다 했어요.뒷정리하니 1시 30분...시누들 가고 저도 왔어요.
제가 내일 일이 있어서 형님이 봐 준거예요. 형님은 자고 와요.
그런데 오늘 제가 느낀 건 하루 종일 고생해도 인사는 정말 맏이가 다 듣는 다는 거요. 제 딸이 그러더라구요.
"엄마, 왜 엄마만 일해, 쉬지도 않고"
"그건 엄마가 제일 어려서.."
"그래도 그렇지" 어깨를 주물러 주더라구요.그러더니
"엄마 혼자만 일하니 엄마가 왕따인것 같애" 하는 거예요.
제가 눈물이 다 나오려 했어요.제 맘이 들킨 것 같아서요.
9년동안 시집와서 명절때나 생신 때가 되면 전 식구들 뒷치닥거리에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막내라 더했거든요. 그 동안 그냥 힘들어도 그렇게 했는데 오늘은 무척 서운했어요. 그리고 전 형님에게 맏이라고 더 하는 그런 부담감을 줄여 주려고 많이 도와 줬거든요. 그런데 형님은 저보다 더 하기보다 제가 형님처럼하기를 바래요. 형님 자리에 제가 있을 때도 많았거든요.
형님이 맘을 좀 더 넓게 가졌으면 해요. 저도 언제나 착한 며느리라는 소리에서 좀 벗어 나고 싶기도 해요. 제가 내일 제 일이 있는데도 떳떳하게 말도 못하고 이렇게 죄 지은 듯 가야 하니 ..맘이 불편하고 힘 빠져요.
이렇게 저 자신에 대해 약하고 무력함을 느끼게 되니 살 맛이 안 나요.
이렇게 살아 뭐하나 싶고, 결혼 생활로 인한 시댁의 부담감이 싫어요.
일년에 한 두번 인데 정말 충격이 커요.
아```잠 와요. 3시40분이네요.
저 정말 못난이 맞죠? 으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