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정말로 다음 날부터 회사를 안 나갔어요.
사장님 성격이 워낙 불 같아서 술김에 그런 거 겠지하고 하고 이틀동안 전 기다려 봤죠.
그런데 전화가 없더라구요.그래서 남편에게
"사장님 전화 안 왔어." 하니
남편도 시큰둥하게
"응."
짧게 얘기 하는 거예요. 성격에 한 번 만 전화 와도 나갈 사람인데요.
삼일째 되는 날 정리하고 오겠다며 회사 나가서 저녘때 들어 와서는 그만 뒀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맘 좋은 부인처럼 다 이해하는 것처럼 그 동안 힘들게 수고했다고 위로는 해 줬지만...
속이 아팠어요. 앞으로 어떻게 할려고 하나 걱정이 많이 됐어요.
결혼해서 남편은 네번째 실직자가 되는 거예요.
결혼 전 부터 부모님 몰래 회사 다닌다고 하고선 레스토랑 하다가 결혼하고 어른들께 들통이 나서 술장사로 생각하신 연세 많은 어른들상식에 용납이 안 되서 그만 두게 되었어요. 전 시댁어른들 아시는 줄 알고 시집을 갔는데 모르고 게셨던 거예요.
제 입장이 아주 난처했죠. 저도 친정에 3년 동안 회사 다닌다고 거짓말을 하게 됐어요.
그 때 참 많이 속 상했어요.
노는 아들이 저 보기에도 안됐고,동네 사람들에게도 뭐해서 소개로 회사를 들어 갔는데 1년 만에 회사 부서가 없어져서 또 놀게 됐죠. 다시 시작한게 비디오가게였거든요. 어머님이 제일 반대 하셨었는데 회사에 들어갈 때가 마땅치 않으니 허락하시더라구요.
그렇게 집과 거리도 먼 곳에 가게를 얻어서 2년넘게 했어요. 이제는 남편이 이 생활에 질려서 그만 두게 됐죠. 가게 안에만 있다 보니 살이 찌고 친구들관계도 안되고,돈도 적게 벌리고..
그리고 놀다가 아는 선배가 오라고 해서 갔는데...남편전공이 통신계열인데 몇 년 쉬다 보니 정보도 없고 기술도 부족하고 나이도 많고 그랬어요. 몇 달 하더니 너무 힘들다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지금의 사장님이 또 아는 선배라 일을 도와 달라 해서 오게 된거거든요.
1년 동안 밤낮없이 모르는 일 배운다고 따라 다니고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그만 둔 지금도 아는 사람에게 일 배우러 다닌다고 나가긴해요.
그 사람에게 고마우니 밥 사 주고 잘 보이라고 했더니 그러고 있다 하더라구요.
집에 노는 건 좋다 이거예요.
그런데 아침 밥 먹을 때 자고 , 자는 데 시끄러울까 청소도 못하겠죠!
애들 오는 시간에 일어나서는 방문 선생님 오는 시간 되면 나가니..
제 하루 생활이 엉망이 되는 거예요.
차 마시러 오는 동네 아주마들도 다 보내야 하고...
이틀 남편이 집에 있으니 아주마들이
"좋겠다, 아저씨 일찍 와서...." 하는 거예요. 남 속도 모르고....
자고 난 이불도 안 개고..원래 무지 게을러요.몇 일 봐 주다 보니 구박하게 되더라구요.
남자는 아침에 나가서 저녘에 들어 와야 되요.정말...
살이 졌다고 어머님이 운동하라고 그렇게 난리인데도 놀면서 운동도 안해요.
자기 몸 관리인데 아직 남편도 인생의 쓴 맛을 몰라요.
어젯밤에는 친구들이 술 먹자고 전화 와서 ...언제 들어 왔는지 모르겠는데 자고 있네요.
애들도 아빠가 일찍 와서 좋아하긴 하는데 학교 갔다 와도 있고, 학원 갔다 와도 있으이
"아빠,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안 나가도 돼요." 그래요.
애들은 몰라요. 어머님도 모르시구요.
자꾸 남편이 절 안 도와 주면 어머님께 이를래요.
칠순노모께서 잠도 못 주무시고 걱정할껄 생각하면 그것도 안 되는 일이예요.
늦게까지 일한다고 해도 자기 아들 고생한다고 걱정하시는데....
정말 인고의 시간입니다
"도" 닦아야 해요.
언제 하산하게 될지....